황의조가 25일 디종전에서 프랑스 리그앙 데뷔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출처 | 지롱댕 보르도 SNS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00년대 후반 아시아 각국에 외국인 외에 아시아 국적 한 명을 더 둘 수 있는 ‘아시아쿼터’가 생겨나면서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일본에 국한됐던 태극전사들의 아시아 진출이 거액을 주는 다른 나라로 이동한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전후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갔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 영향을 받은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지출을 부쩍 늘리자 K리그에서 인정받은 이들이 대륙으로 진출했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 시장의 모형이다. 계약에 따라 활용되고 버려지는 세상에서 돈을 좇아 가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이 더 큰 무대와 더 많은 돈이 주어지는 유럽 대신 어느 정도 안정적 생활이 보장되는 아시아에서 적당히 뛰다가 돌아오는 것이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 플러스인지는 의문이다. 남아공 대회 이후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을 빼면 개인 기량과 전술 능력에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선수들을 이겨낼 선수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대표팀 분위기도 한 몫 거들었다. 한창 중동행 러시가 이어질 땐 대표팀 숙소나 원정길에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에 가면 돈 번다”, “(유럽파)누구누구보다 돈을 내가 더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중국이 프로축구 시장을 키운 뒤엔 태극전사들도 화제를 바꿨는데 그게 지금은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중국에서) 돈벼락’ 얘기다.
그래서 지금 대표팀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반갑고 고맙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고 1992년생 그의 동갑내기들이 높은 연봉을 거절하고 유럽으로 향했다. 이재성은 지난해 독일 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갔는데 마음만 먹었다면 중국에서 ‘돈벼락’을 맞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황의조가 아시아는 물론 축구 실력이 낮다는 이유로 미국 MLS 진출까지 거절하고 프랑스로 간 사례 역시 지금 태극전사들의 변화를 설명한다. 백승호, 이승우, 이강인 등 스페인에서 유스 시절을 보낸 ‘영건 3총사’들이 유럽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것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젠 바르셀로나의 이름값을 떼고, U-20 월드컵 활약상도 지우고 도전하겠다고 하니 응원할 수밖에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고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이천수 등 어린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자 축구계는 기뻐했다. 이들이 유럽으로 일찍 나아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결과도 그랬다. 한동안 병역 특례가 중동 혹은 중국으로 가는 발판이 되어 아쉬웠는데 지금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백지 상태에서 새로 뛰어드는 태극전사들의 유럽 도전이 흐뭇하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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