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애경·KCGI·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등이 맞붙는다. 기대를 모았던 SK, 한화, GS 등 대기업들은 발을 뺐다. '거물'급 원매자가 사라지면서 정부와 채권단이 원했던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수혈 구상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구상이 나온다.
3일 오후 2시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은 애경·KCGI·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다. 또 사모펀드 중심의 후보 두 곳이 추가로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이 1곳 이상의 적격인수후보만 들어오면 유효경쟁이 성립하는 것으로 밝힌 바 있어 일단 유찰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들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첫 번째 고비는 적격인수후보 평가다.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는 이들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해 먼저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를 추린다. 출사표를 낸 후보들이 이름을 올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우선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줄곧 인수 의지를 드러내 왔던 ‘진성후보’로 평가받는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제주항공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인수노선 최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 창출을 고려했다”며 “아시아나 최종인수를 목표로 한다”고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KCGI의 숏리스트 포함 전망은 엇갈린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뚜렷한 SI(전략적투자자)의 합류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뉴스1에 “새로운 성장 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공사·물류·항공기리스·IT 등 다양한 업종의 시너지 투자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막판에 이름을 올렸지만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후보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회사로서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FI(재무적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하는데 컨소시엄에는 현대산업개발을 영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SI 역할을 맡아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미래에셋대우는 FI를 맡게 된다”고 전했다.
숏리스트가 마련된다 해도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세 후보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새 주인의 조건으로 “경영 능력”을 거론해 왔고 공식 임명을 앞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통매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각종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애경그룹은 자금력 측면에서 KCGI는 인수 의지의 진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의 물음표를 떨쳐내지 못한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가 비교적 나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지만 역시 안정성 측면에선 정부와 채권단의 확신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2분기 기준 약 9조6000억원에 달하고, 보유 항공기 86대 중 12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리스(임대) 항공기다. 앞으로 재무적 압박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는 얘기다. 매각 측이 원매자에게 구주 인수에 더해 신주발행에 얼마나 참여할지를 적어내도록 요구한 이유다.
통매각 원칙이 관철될지도 미지수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통매각이 원칙”이라면서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매각 주체가 분리매각을 원하면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거물급이 빠진 지금의 인수전 구도에선 원매자들이 기대 이하의 인수가격을 써낼 수도 있는 만큼 매각 측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분리매각 카드를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휘 기자 hynews@,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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