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세명컴퓨터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IBM P-테크 서울 뉴칼라 스쿨 멘토링 데이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7.05. bjk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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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미국의 공개 메시지 자제를 요청했다. 진의와 달리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불거지는 등 불필요한 안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에 기운 듯한 미국의 입장이 자칫 일본 정부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일본이 자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규제 조치를 강행하자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외교차관, 해리스 면담서 "실망 메시지 자제해 달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오후 해리스 대사와의 면담에서 미국 정부에 전한 핵심 메시지는 크게 4가지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 양자관계에 따른 것으로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 ▲긴밀한 한미공조로 한미일 안보협력도 지속 유지한다 ▲한미동맹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도록 노력한다 ▲공개적으로 반복되는 미국의 '실망 메시지'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안보상 신뢰훼손을 이유로 일방적인 경제보복을 감행한 일본의 귀책사유를 거듭 강조하고,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맹 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의 우려가 충분히 전달된 만큼 더 이상의 비판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는 것이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지난 22일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 데 이어 이날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고 사실상 요구했다. 아울러 최근 이틀간 진행된 우리 군의 독도방어 훈련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공개 비판했다. 일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가 미국 정부를 통해 나온 것이다. 조 차관이 이례적으로 해리스 대사를 통해 발언 자제를 요청한 배경이다. 외교부는 이날 조 차관과 해리스 대사의 만남을 공개하면서도 외교상의 공식 용어인 ‘초치’ 대신 ‘면담’이란 표현을 썼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관계의 민감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靑 "안보·경제 연계, 역사 바꿔쓴 건 日" 조목조목 반박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강행한 일본 정부에 엄중 항의하고 경제보복의 즉각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조 차관은 해리스 대사와 면담에 앞서 이날 오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부당한 조치의 원상 회복을 요구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까지 나서 지소미아 종료 재고를 요청했지만 ‘공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당국자들의 궤변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역공을 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등이 한국정부가 안보(지소미아)와 경제(수출규제)를 연결했다고 비난한 데에 “안보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고노 외상은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도 꼬집었다.
김 차장은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도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공통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지난 66년간 굳건히 뿌리를 내린 거목”이라며 “한일 지소미아 문제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량 강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며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상헌 , 김성휘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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