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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버리고 '초심' 찾는 이승우, 벨기에에서 유럽무대 마지막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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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승우가 현소속팀 이탈리아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한다. 출처 | 베로나 SNS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코리안 메시’ 닉네임을 내려놓고 백지 경쟁 속으로 빠져든다.

이승우(21)가 이탈리아 생활을 2년 만에 접고 유망주들이 몰려 있는 벨기에로 떠난다. 2000년 대학생 설기현이 21살에 청운의 꿈을 품고 벨기에로 떠나 코리안리거 성공시대를 열어젖힌 것처럼 이승우도 같은 곳에서, 같은 나이에 자신의 축구 인생 승부수를 던진다. 더 이상의 퇴로는 없다. 2년 전 U-20 월드컵,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을 코드로 내세우고 서유럽에 간다.

이승우는 이달 안에 현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1부)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주필러리그(1부)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한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축구 저널리스트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가 운영하는 ‘디 마르지오’가 지난 27일 이승우의 신트 트라위던 이적을 못 박은 것에 이어 이승우 측도 “프랑스에서 아직 러브콜이 있지만 벨기에로 가야할 것 같다”고 확인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연봉은 팀 내 최고수준인 10억원 안팎이다. 이적료는 비공개지만 신트 트라위던이 최근 일본 대표팀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이탈리아 1부 볼로냐로 보내면서 700만 유로(약 95억원)를 챙겼기 때문에 베로나에도 섭섭하지 않게 건넨 것으로 보인다.

신트 트라위던은 네덜란드에 가까운 지역을 연고지를 쓰는 팀이다. 지난 1924년 창단했으며 지난 시즌 16개 구단 중에서 7위를 차지했다. 2019~2020시즌엔 5경기를 치른 현재 1승1무3패를 기록, 12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2득점에 불과해 공격력 증대가 숙제로 떠올랐는데, 지난해 월드컵까지 밟았던 이승우를 데려오면서 해결을 모색하게 됐다. 이승우에게 낯선 팀은 아니다. 그는 FC바르셀로나B에서 뛰던 지난 2017년 여름, 성인 1군 무대로 가기 위해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놓고 고민했다. 이 때 지금 소속팀인 베로나 외에도 권창훈의 전 소속팀인 디종(프랑스), 동유럽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와 함께 신트 트라위던이 이승우의 선택지 안에 있었다. 이승우는 당시 빅리그의 베로나를 선택했다. 신트 트라위던은 이승우가 이탈리아로 간 뒤에도 꾸준히 관심을 드러냈고 마침내 올 여름이 지나기 전 그를 확보했다.

이승우는 베로나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데뷔 시즌이던 2017~2018시즌 세리에A 14경기에서 한 골을 기록한 이승우는 베로나가 2부로 떨어진 지난 시즌엔 한 때 확고한 주전 입지를 꿰차며 상승세를 탔으나 감독 교체 여파 속에 23경기 한 골에 그쳤다. 베로나는 다시 1부로 승격했고, 크로아티아 출신 이반 유리치 감독은 이승우에게 주전 공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9번을 주며 2019~2020시즌 중용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새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승우가 아예 빠지면서 그의 이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승우를 손에 넣고 싶어하던 스페인이나 프랑스, 독일 구단 등은 모두 이적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승우는 신트 트라위던과 사인한 뒤 내달 초 A매치 기간에 몸을 만들어 9월 14일 베베렌과 경기에서 벨기에 무대에 데뷔할 것이 유력하다. 벨기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포르투갈에 이어 8위를 달리고 있다. 터키 네덜란드 그리스보다 오히려 높다. 신트 트라위던은 일본기업 DMM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일본 선수들이 꽤 많이 거쳐갔고 지금도 3명이나 있다. 올 상반기 인천에서 뛰었던 베트남 공격수 응우옌 콩푸엉도 지금은 신트 트라위던 소속이다.

유럽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이승우에게 벨기에는 기회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견해가 많다. 19년 전 이승우처럼 벨기에에서 당차게 도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했던 설기현 현 성남FC 전력강화실장은 “벨기에는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빅리그를 갖고 있는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20대 초반 기대주들이 자신을 알리기 좋은 무대”라며 “이승우도 출전 기회를 위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재능이 충분하기 때문에 벨기에에선 잘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트 트라위던에서 능력을 발휘해 빅리그로 간 일본 선수들이 이승우의 롤모델로 여겨진다. 이승우와 동갑내기로 볼로냐에 간 도미야스, 지난 시즌 34경기 15골을 넣어 원소속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복귀한 가마다 다이치 등이 이승우가 가야할 길이다. 물론 이승우 본인도 배수진을 친 심정으로 벨기에에서 땀을 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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