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포상(褒賞)의 생명은 누가 뭐래도 공정성이다. 상을 주는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를 견지해야 포상은 그 효과를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포상이 공정성을 훼손하면 상의 의미는 퇴색하고 오히려 안주느니만 못하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성공한 올림픽으로 막을 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포상문제로 시끄럽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땀흘려 헌신한 많은 공무원들이 부처 이기주의와 지나친 형식주의가 빚은 엉터리 포상에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 5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단행한 행정안전부의 정부포상 업무지침 개정의 불똥이 올림픽 유공자 포상으로 옮겨붙은 탓이다. 인사와 포상은 늘 그렇듯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처사는 상식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공정성이라는 포기해서는 안될 가치까지 훼손해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된 정부포상 업무지침의 핵심은 재포상 금지기간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는 그동안 행안부가 남발한 포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고안됐다. 이에 따라 최근 평창올림픽 청산단에서 상신한 평창올림픽 유공자들이 재포상 금지 기간을 이유로 대거 제외되거나 훈격 결정에서도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포상의 훈격은 훈장(勳章),포장(褒章), 표창(表彰)으로 나뉘어지는데 바뀐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정부포상을 받은 자가 훈장을 받기 위해서는 포상을 받은 후 7년이 경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포장은 5년, 표창은 3년이 각각 경과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포상 대상자로 추천된 900여명 중 최근 수년내에 포상을 받은 100여명에 대해 재포상 금지 기간을 이유로 훈격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에서 추천한 포상 훈격보다 1, 2단계 낮추거나 아예 포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재포상 금지기간에 묶여 제대로 된 포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 대신 그 아래 등급자들이 어부지리로 포상 훈격이 높아지는 불합리한 처사에 불만이 쌓이고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이렇게 되면 실제 유공과 무관하게 최근 수년간 포상을 받지 못한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훈격의 포상을 받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행안부 관료들도 파악하고는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꿀먹은 벙어리 마냥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훈장 수상자로 상신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A국장은 공정성을 상실한 유공자 포상이 공무원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자 자존심을 택했다. 조직위 핵심멤버로 공로를 인정받았던 그는 4년 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는 이유로 훈장보다 아래인 포장으로 하향 조정되자 스스로 포상 포기를 신청했다. 훈장으로 추천된 B부장은 6년 전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사유로 훈장보다 한 단계 낮은 포장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당초 대통령 표창으로 상신된 C팀장은 최근 7년 이내에 포상을 받은 실적이 없고 훈장 상신자들이 대거 하향 조정되자 이들을 대신해 훈장으로 상향 조정되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이렇듯 규정에 얽매여 공정성을 상실한 올림픽 유공자 포상은 뒷말만 무수히 남기며 조직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무릇 상이란 공정성이 생명이며 무엇보다 받는 사람이 떳떳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포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포상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받는 사람이 떳떳하게 여기지 못한다면 그건 상이 아니라 치욕이다. 정부의 포상은 한 나라의 권위와 품격이 응축된 상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공자 포상이라는 거울로 본 대한민국은 아쉽게도 그 권위와 품격이 많이 추락했다. 과연 누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는가. 본말이 전도된 엉터리 포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무척 아프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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