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채은성은 “너무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면서 ‘너무’라는 단어를 다섯 번도 넘게 되풀이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가을야구만을 생각하고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해왔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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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채은성(29)은 8일 NC전 3회 수비 도중 무릎 부상으로 교체됐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확인되자 LG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도 크게 안도했다. 채은성은 3경기 휴식 후 13일 키움전에 복귀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반짝 스타’에서 어느새 팀의 중심 타자가 된 채은성은 이제 LG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채은성의 야구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2009년 육성선수(연습생)로 입단해 긴 무명기를 보내다 2016년 타율 0.313, 9홈런, 81타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성적이 타율 0.267, 35타점으로 급락하며 ‘반짝 활약’에 그쳤다. 지난해 타율 0.331, 25홈런, 119타점으로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채은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달라야 한다’며 이를 갈았다. 그는 “팬들이 나를 ‘퐁당퐁당’이라고 부르더라. 시즌별로 잘하다 못 하다를 반복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올해는 꼭 ‘퐁당퐁당’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고타저(投高打低) 시즌인 올해 채은성은 전반기 내내 3할대 타율(전반기 0.306)을 유지했다. 지난해 팀 내 1위였던 타점이 35점에 그쳐 아쉬웠다. 하지만 후반기 11경기에서 18타점을 몰아치며 이 기간 KBO리그 1위에 올랐다. 무릎 부상으로 3경기에 나서지 못했는데도 이 기간 공동 2위(14타점) 다린 러프, 이원석(이상 삼성)에 4타점 차이로 크게 앞섰다. 같은 시기 득점권 타율 역시 0.455에 달해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팀 승리를 위해 타점만큼은 욕심을 낸다. 최근에는 득점권 상황에서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한다. ‘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안타가 잘 안 나왔다. 내 뒤에도 좋은 타자들이 있으니 흐름을 이어준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부담감을 털어낸 것이 후반기 반등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부진에 시달렸던 2017시즌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많았다. 경기가 안 풀린 날이면 몸이 피곤해도 눈이 감기지 않았고, 새벽 4시, 5시가 돼서야 쪽잠을 잔 뒤 야구장으로 향했다. 피로가 쌓인 채 운동을 하니 악순환이었다. 그는 “그때 한번 슬럼프를 겪어봐서 예방접종이 됐다. 지금은 안타를 치지 못한 날도 잘 잔다. ‘얼른 자고 회복해서 내일 더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안 좋은 기억은 야구장에 버리고 집에 돌아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채은성의 두 눈은 벌써 포스트시즌을 향해 있다. 그는 2016년 LG가 정규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을 당시 느낀 ‘가을의 맛’을 잊지 못한다. “같은 안타 한 개를 쳐도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차원이 다르다. 그때 기억이 너무 짜릿해서 꼭 다시 가을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3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남은 기간 한 경기라도 더 이겨서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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