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고유정이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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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에서 열린 고유정 살인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와 친아들(5)의 면접교섭이 결정되자, 재혼생활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위해 사전에 ‘니코틴 치사량’ ‘뼈의 강도’ ‘뼈의 무게’를 검색하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유정 측 변호인은 "수박이 먹고 싶다는 말에 수박을 씻고 있는 피고인의 뒤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 강씨가) 다가와 갑작스럽게 피고인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리대에서 요리하고 있던 피고인의 모습을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어 "여자를 전혀 만나지 않았고, 오랜만에 같은 공간에 아내와 아이와 함께 있는 평화로운 모습에서 과거 피고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됐다"며 "언제든 원하면 성관계를 가졌던 여자가 왜 갑작스럽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피해자가) 화가 많이 났고, 배신감과 분노가 그를 더욱 강하게 지배해 ‘금방이면 돼’를 연발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했다.
방청석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변호인이 에로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등의 비난이 터져나왔고, 야유도 쏟아졌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최후변론’처럼 진술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만 진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월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 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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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넣었다는 졸피뎀…檢 "사전에 구매" VS 고유정 "검출 안됐다"
피해자 강씨가 숨질 때 졸피뎀에 취해있었는지를 두고도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은 엇갈렸다. 고유정이 법원이 면접교섭 조정절차를 마친 다음날인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졸피뎀’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지난 5월 17일 자택에서 18㎞ 떨어진 충북 청주시의 병원을 찾아 졸피뎀 7정을 처방받았고, 약국에서 감기약과 졸피뎀을 구입해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고유정 측은 국민적 관심사였던 ‘버닝썬 사건’과 ‘박유천 사건’ 등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졸피뎀도 검색하게 됐을 뿐 어떤 목적을 갖고 검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졸피뎀을 먹여 항거불능 상태에서 살해했다고 해놓고, 몸싸움도 있었다는 모순된 주장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이 나왔다는 증거기록 어디에도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졸피뎀 먹인 사실이 결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나왔음을 증명할 만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와 검찰 측이 추가로 의뢰한 감정 결과 등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29일 피의자 고유정이 인천의 한 가게에서 시신 훼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방진복, 덧신 등을 사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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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기’ ‘혈흔’ 등 검색… 高측 "연관 검색어 타고 간 것"
검찰은 고유정이 피해자를 만나기 전에 휴대폰과 컴퓨터로 ‘대용량 믹서기’ ‘제주 무인 키즈펜션’ ‘니코틴 치사량’ ‘혈흔’ 등을 검색한 것도 계획범죄의 정황 증거로 봤다. 반면 변호인 측은 모두 살해 목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키즈펜션과 CCTV를 검색한 것에 대해 "아이와 ‘안전하게’ 놀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대용량 믹서기에 대해선 "전 남편을 만나기 전 만나기로 돼 있던 친구 딸에게 다진 고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검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혈흔’은 "생리 혈흔이 잘 안 지워져서 검색했던 것"이며, 김장용 비닐매트는 "주부로서 필요한 것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방청석에서는 헛웃음과 야유가 나왔다.
‘니코틴 치사량’ 역시 고유정의 현 남편(37)이 담배를 많이 펴 걱정이 돼 전자담배를 검색하다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니코틴을 살인수단으로 쓰려고 했다면 어떻게 주입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검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뼈의 강도’나 ‘뼈의 무게’ 등을 검색한 것도 "현 남편에게 보양식으로 주기 위한 감자탕을 알아보다가, 감자탕 뼈 버리는 법→분리수거→골다공증 등으로 이어지는 ‘연관 검색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링크를 우연히 타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네이버나 구글 등 직접 검색창에서 입력해서 나온 결과들"이라며 "연관 검색어를 통해 검색하게 됐다는 피고 측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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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양측은 계획 범죄와 우발 범죄를 두고 약 75분 동안 공방을 벌였다. 재판이 끝나자 고유정은 재판 내내 숙이고 있던 머리를 한 차례 더 숙이며 재판부에 인사한 뒤 빠른 걸음으로 재판정을 빠져 나갔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제주=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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