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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티샷 정확도 100%,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허미정의 '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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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정이 12일 열린 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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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의 르네상스 골프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이 열린 이 곳엔 이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환경이 이어졌다. 그린에 물이 고여 고무래로 여러 차례 물기를 걷어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샷과 견고한 쇼트게임 운영 능력을 펼쳐보이면서 타수를 줄인 선수가 눈에 띄었다.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끝내 우승을 거둔 이 선수, LPGA 11년차 베테랑 허미정(30)이었다.

허미정은 폭우와 강풍이 이어지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는 저력을 과시하면서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 이어 LPGA 투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거뒀다. 공교롭게 5년 주기로 우승을 거둔 허미정은 이날 우승 못지 않게 이를 만들어낸 과정에 더 눈길이 쏠렸다.

허미정은 3라운드까지 선두에 있던 모리야 주타누간(태국)에 1타 뒤진 채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5년 만의 우승 기회에 자칫 부담담도 생길 법 했고, 악천후까지 더해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됐다. 그런데 허미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심지어 이날 허미정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100%였다. 파3 홀 5개를 제외한 13개 홀 드라이버 티샷이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한 것이다. 그린 적중률 역시 83.3%(15/18)에 달했다. 최대한 페어웨이를 지키고, 그린에 올리기 위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단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퍼트도 잘 됐다. 이날 퍼트수는 28개로 1라운드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악조건에도 샷과 퍼트 모두 잘 들었으니 결과도 당연히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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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정이 12일 열린 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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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허미정이 펼쳐보인 플레이의 압권은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네 홀 연속 버디였다. 우승을 확정지은 18번 홀에서조차 버디를 기록했다. 이날 4라운드를 치른 선수 중에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으니 우승할 자격도 충분했다. 지난해부터 함께 한 스코틀랜드 출신 캐디 게리 마샬의 덕도 톡톡히 봤다. 허미정은 경기 후 "캐디가 이 곳 코스에서 30분 거리에 집이 있다. 첫 라운드에서 첫 3개 홀에서 버디 1개, 보기 2개로 시작했을 때 화가 나있었다. 그때 4번 홀 티 박스에서 캐디가 '넌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라고 한 말에 힘을 얻었다. 바람과 비 상태에 대한 조언도 해줬고,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 2부 투어였던 퓨처스 투어에서 상금 순위 4위에 올라 LPGA 투어 출전권을 얻은 허미정은 어느새 LPGA에서만 11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그만큼 우승할 기회들이 몇 차례 더 있었지만 번번이 날렸던 그는 비바람 속에도 단단한 플레이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허미정은 "내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젠 바닷가(링크스) 코스와 나쁜 날씨를 좋아해야 할 것 같다"며 농담 섞인 소감을 밝혔다.

허미정은 지난해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한 뒤 마음의 안정을 얻고 새로운 골프를 펼쳐가고 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은 최근 메이저 2개 대회와 이번 스코틀랜드 여자오픈까지 3주 연속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 모두 함께 하면서 내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아내의 우승 장면을 처음 함께 하고 기쁨을 나눴다. 허미정은 "작년에 결혼하면서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가족과 함께 더 많은 행복을 찾고 싶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내가 골프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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