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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최초의 기내영화 상영은

매일경제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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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최초의 기내영화 상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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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항공기 안에 영화장비를 싣고 있다. 당시 영화는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였다.

사람들이 항공기 안에 영화장비를 싣고 있다. 당시 영화는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였다.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17] 해외여행을 갈 때 항공기 안에서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참으로 심심하고 그렇게 좀이 쑤실 수가 없다. 이럴 때 조금이나마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이 기내영화다. 최신 영화부터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영화까지 선택의 폭도 넓고 한번 보면 2시간 정도가 후딱 흘러가서 시간 때우기도 좋다.

장거리 항공편 안에서 과연 그 항공기가 어떤 기내영화 리스트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최근에야 각종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안에 영화를 미리 내려받아 놓고 기내에서 시청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승객이 이 시스템을 애용하고 있다. 이 기내영화는 언제부터 승객들에게 서비스됐을까.

항공기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1920년대의 일이다.

항공기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1920년대의 일이다.


◆최초의 기내영화는

사실 기내영화의 역사는 오래됐다. 세계 최초로 항공기 안에서 영화를 상영했던 항공사는 오늘날 영국항공(British Airway)의 전신인 영국 '임피리얼항공(Imperial Airways)'이다. 1925년 임피리얼항공은 런던을 기점으로 유럽 지역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에서 영화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당시 상영했던 영화는 1912년 아서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이 발표한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였다.

영화의 내용은 비교적 요즘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큰 차이가 없다. 선사시대의 공룡 괴물이 현대 시대에 등장해 도시를 때려 부순다는 설정,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남녀 간의 신파극이 주제다. 참고로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업적을 남기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들을 '스톱모션'이라는 방식을 최초로 도입해 촬영했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당시 영화는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였다. 우선 영화를 만들고, 거기에 음악을 입힌 뒤 필요한 대사는 자막을 이용하는 식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하지만 당시 승객들에게 이런 것이 대수랴. 기내 안에서 영화를 보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당시로는 굉장한 파격적 시도였다.


미국 트랜스월드 항공에서 1961년도에 상영한 `사랑이 머무는 계절(By Love Possessed)`의 포스터

미국 트랜스월드 항공에서 1961년도에 상영한 `사랑이 머무는 계절(By Love Possessed)`의 포스터


◆본격 기내영화 시대 개막

하지만 임피리얼항공도 항공 스케줄 모든 편에 영화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때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했던 것뿐이었다. 이후 약 40년 가까이 기내영화는 별다른 발전을 보이지 않다가 1960년대 미국 '트랜스월드항공(TWA)'에 의해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한다. 1961년작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의 명작 영화 '사랑이 머무르는 계절(By Love Possessed)'이 모든 정기 항공편에서 서비스되면서 바야흐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기내영화 시스템은 현재 우리가 즐기는 기내영화 시스템 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당시 기내영화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마치 영화관에서처럼 정해진 시간에 관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는 정도였다. 그 뒤 기내 엔테테인먼트 시스템은 계속 발전해서 현재의 AVOD(Audio-Video On Demand), 즉 IFE(In-Flight Entertainment) 시스템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기내영화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된 셈이다. 불과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항공기 내 AVOD 가 갖춰진 항공기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항공기 내 개인 비디오 시스템을 통해 수백 편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 심지어는 게임까지 개인 취향에 따라 골라가며 즐길 수 있게 됐다. 물론 현재도 극단적인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거나, 도입해도 승객에게 유료로 개별적으로 태블릿 기기를 임대하고 있다.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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