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채용 청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소된 가운데 검찰의 공소장, KT 인사담당 실무자의 증언 등으로 구체적인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가 "억울하다"며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성태 "우리 딸 스포츠학과 나왔는데…" 계약직 이력서 건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남부지검의 'KT 수사결과 발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지난 22일 뇌물수수 혐의로 김성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1년 3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에게 이력서가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우리 딸이 체육스포츠학과를 나왔는데, KT스포츠단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직접 청탁했다.
이력서를 받은 서 전 사장은 이를 KT스포츠단장에게 전달했고 KT는 인력업체에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김 의원 딸을 취업시켰다. 검찰은 계약 당시 급여도 본래 계약직 급여보다 높게 책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의원의 딸은 2012년 KT대졸 신입사원 응시자들이 온라인 인성검사를 치른 지 사흘 뒤인 2012년 10월19일에서야 서류 지원서를 냈다. 당시 KT 서류접수는 그해 9월 1~17일 진행돼 마감 한달 후에 서류를 제출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KT 인사담당자가 김 의원의 딸 김씨를 직접 만나 채용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 적성검사 없이 온라인 인성검사만 받았고 인성검사 결과 불합격 대상으로 나왔음에도 이듬해 1월3일 최종합격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이석채 전 KT 회장의 지시로 김성태 의원 딸이 부정채용된 것으로 결론 냈다.
◇KT 인사기획담당자 "채용 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지시 받아"
KT 채용 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4월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담당 실무자의 증언도 나왔다.
KT의 2012년 하반기 대졸공채 실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의 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기일에서 김 의원 딸 김모씨와 관련해 "인적성 검사가 끝난 후에 채용 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오더(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KT 인재경영실 인사기획담당자인 A씨에 따르면 김 의원 딸의 입사 지원서에는 채용부문·모집 부문, 외국어점수, 자격증, 수상경력, 입사 후 포부 등이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A씨는 다음날 김 의원의 딸에게 보완된 지원서를 다시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인적성 검사 결과까지 끝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인사팀의 업무강도가 심해졌고 불만도 있었다"면서 "B팀장도 힘들어했지만 '참고 하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당시 김 의원의 딸을 비롯한 다수의 지원자들에 대해 "채용 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 측은 이들에 대한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기업의 특성상 모든 청탁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를 알려주는 등의 '관리'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 측은 "관심지원자, 임원추천제도의 경우 이 사건 이전부터 운영돼오던 것으로 통상적으로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통과시켜준다"면서 "KT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지역인재 할당과 임직원 추천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혹 사실 아냐…검찰 무리한 기소 강행" 눈물의 1인 시위
딸의 채용 청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찰의 공소장, 담당 실무자의 증언 등을 통해 일부 지원자에게 특혜가 주어진 정황이 드러나자 '눈물의 1인 시위'를 했던 김 의원에게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정치검사·부역검사'라고 칭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에 대해 즉각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섰다"면서 "업무방해·직권남용이 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기소부터 하자는 심산으로 검찰이 어제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 대한민국의 어느 법리에 이런 기소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딸의 "KT 특혜채용에 직접 관여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