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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호날두 사기극' 희생양 된 축구팬…말 없는 더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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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로빈 장 더 페스타 대표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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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팬들은 사기를 당했는데, 정작 책임 당사자는 말이 없다.

23년 만에 성사된 유벤투스 방한 경기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장으로 논란 속에 종료됐다.

유벤투스는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이날 오후 2시45분께 입국했던 유벤투스는 12시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팬 미팅과 경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공항으로 이동해 한국을 떠났다. 비상식적인 일정이었다.

결국 탈이 났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예정돼 있었던 유벤투스의 팬 미팅은 당초 오후 3시 열릴 계획이었지만, 오후 5시 이후에서야 진행됐다. 팬 미팅 진행 시간은 예정보다 훨씬 짧았고,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는 참가하지도 않았다. 더 페스타 로빈 장 대표는 눈물로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서울 시내 교통사정으로 인해 지각하면서 경기 킥오프 시간이 50분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기축구에서도 나오지 않을 촌극이었다.

비상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여 팬들은 빗속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유벤투스 선수들을 기다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유벤투스 팬들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특히 호날두를 향한 함성이 컸다. 이번 대회를 주최했던 더 페스타는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뛸 것이라고 홍보해왔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호날두가 직접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만을 지켰고, 팬들의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호날두를 향해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가 25일부터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해 기름에 불을 끼얹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사기를 당한 셈이다.

팬들은 해명을 원했다.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 페스타는 경기가 끝나고 밤 12시가 넘어갈 때까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기자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더 페스타 측 관계자와의 질의응답을 요구했지만, 더 페스타는 “향후 보도자료로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전할 뿐이었다. 이말 역시 더 페스타가 직접 기자들에게 전한 것이 아니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더 페스타는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27일 오전까지도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잠수다.

더 페스타가 침묵과 잠수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축구팬들의 분노를 더욱 키울 뿐이다. 최대한 빨리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무능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만은 용서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사기극은 안 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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