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셔저 |
투수에게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의 수상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자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이 후보 투수들의 수많은 지표 중 어떤 가치를 높게 평가하느냐가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사이영상의 유래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511승) 투수였던 사이 영에게서 유래한 만큼 투수의 승수가 높이 평가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다승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는 여론이 생기면서 다승 부문은 최근 크게 점수를 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뉴욕 메츠의 제이컵 디그롬은 단 10승에 그쳤지만 18승의 맥스 셔저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두 투수의 결정적인 차이는 평균자책점으로, 셔저(2.53) 역시 내셔널리그 3위로 훌륭했지만 디그롬의 1.70이란 숫자가 워낙 상징적이었다.
셔저의 사이영상 경쟁자가 올 시즌엔 디그롬에서 류현진으로 바뀌었다. 디그롬과 셔저의 경우 두 선수 모두 강력한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많은 탈삼진을 빼앗는다는 '같은' 유형이었지만 올해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대결이다.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고 득점권에서 실점하지 않는 류현진은 평균자책점(1.73)에서 셔저(2.43)를 앞서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탈삼진 부문에서는 94개 대 170개로 2배 가까이 차이 난다.
올 시즌 류현진의 투구 스타일을 고려하면 후반기에도 기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완전한 시즌을 뛰어보지 않은 류현진에 비해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모두 30경기 이상 등판하며 159승과 탈삼진 2440개를 기록한 셔저가 흔들릴 가능성은 더 작다. 류현진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많은 승수나 탈삼진보다는 전반기 리그에서 주목받았던 평균자책점, 볼넷 허용, 삼진 대 볼넷 비율과 같은 지표에서 이정표를 세울 만한 기록을 남기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영상은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아메리칸·내셔널)에서 시즌마다 1명씩 선정하며 팀당 2명의 기자가 배정돼 30명이 1~3위까지 투표한다. 일반적으로 한 해 시즌과 월드시리즈가 모두 끝나는 11월 중순께 발표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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