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입건·피의자와 성관계 등 소속 경찰관 사건·사고 잇따라
이달 自淨 차원 금주운동 벌이고 순경·경장급 363명 특별교육
2일 서울 강남경찰서 3층 청문감사관실 출입문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나친 음주가 업무 몰입도를 해친다고 판단해 7월 한 달은 금주(禁酒)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3층 청문감사관실 출입문에 '술 안 마시기 실천 운동 2일째'라고 쓰인 안내판이 붙어 있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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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 50분쯤부터 20~30대 젊은 남녀가 삼삼오오 경찰서 정문으로 들어와 본관 2층 강의실로 향했다. 경찰 근무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반팔, 면바지의 편한 차림이었다. 테이크아웃 잔에 담긴 아이스 커피를 빨아 마시며 들어오는 이도 보였다. 이들은 강남서 소속 순경·경장급 경찰관들.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3일 동안(주말 제외) 363명이 세 팀으로 나뉘어 1시간씩 '의무위반 예방 및 적법 절차 준수' 특별교육을 받았다. 대부분 지구대와 파출소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에게 제복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취지"라며 "버닝썬 사건을 비롯해 강남경찰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논란을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로 물의를 빚은 강남경찰서가 다양한 '기강 바로 세우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설(口舌)과 사고 행렬의 시작은 작년 12월이었다. 김모(28)씨가 인터넷에 "11월 역삼동 클럽에서 보안 요원에게 폭행당했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역삼지구대 경찰이 나를 집단 폭행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른바 '버닝썬 사건'의 신호탄이었다.
경찰의 집단 폭행 의혹은 서울청이 해당 경찰관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증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했지만, 여론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올해 3월 전직 강남서 소속 경찰관 강모씨가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버닝썬 이모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려 한 혐의였다.
두 달 뒤에는 강남서 엄모 경위가 검찰에 '강남 클럽 수사 과정에서 경찰 내 방해 공작이 있었고, 그 과정을 내사하려 하자 강남서장 등이 자신(엄 경위)을 비(非)수사 부서로 발령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버닝썬 수사와 별개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사고가 터졌다. 올해 4월엔 강남서 수사과 소속 김모 경위가 사건 피의자로부터 골프 접대 등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달 19일에는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A 경장이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여성은 "A 경장이 술에 취한 나를 강간했다"며 강남서에 민원을 접수했다. A 경장은 "서로 합의해서 맺은 성관계"였다고 반박했다. 이후 여성은 민원을 취하했다.
'부실 수사'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오전 1시쯤 논현동에서 귀갓길에 성폭행당할 뻔한 여성이 달아난 가해자의 머리카락을 확보해 출동한 경찰관에게 전했지만, 경찰관이 유일한 증거물인 이 머리카락을 봉투에 담지 않고 손으로 집어들고 갔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사과했고, 해당 사례는 '논현1파출소 사례'라는 이름으로 2일 교육에서 활용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기존 이재훈 강남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박영대 신임 강남서장은 지난달 24일 취임사에서 "경찰서 해체 수준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부정한 금품과 정도(正道)에 맞지 않는 유혹은 콧방귀 뀌며 멋있게 거절하자"고 말했다. 이번 교육과 캠페인도 신임 서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이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현직 경찰관은 "본질은 술 먹고 골프 친 그 자체가 아니라,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사건 관계자들과 술을 먹거나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라며 "멀쩡한 성인들을 상대로 1개월짜리 술 안 마시기 캠페인을 하는 것은 쇼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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