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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한화의 ‘무모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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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바닥이었다. 첫 3년 동안 매 시즌 100패를 넘겼다. 2013년에는 무려 111패를 기록했다.

주저앉아 꼴찌만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성적을 보류하고 유망주를 모았다. 4년 동안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았고,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을 상대로 베테랑을 내주고 유망주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거듭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2014년 6월, 3년 연속 100패를 한 팀이 3년 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표지에 커다랗게 적었다. 예언은 적중했다. 2017년 휴스턴은 7차전 승부끝에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른바 ‘탱킹’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KBO리그 한화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다. 운이 상당했다. 득점과 실점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승률은 0.479로 8위였는데 실제로는 0.535로 3위였다. 불펜이 강했고, 덕분에 적은 점수차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승운’은 중요했다.

올시즌, 그 운이 다했다. 1일 기준 피타고리안 승률은 0.446인데, 실제 승률은 0.400까지 떨어졌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하주석은 시즌 아웃, 정근우는 25경기밖에 못 뛰었고 타율이 0.193이다.

여기에 더해, 2019시즌 한화는 얼핏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고 있다. 2019년 고졸 신인 3인방 변우혁(1차), 노시환(2차 1라운드), 유장혁(2차 2라운드) 등 이른바 ‘3H’의 과감한 육성이 그 도전이다. 시즌 초반부터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꾸준히 기회를 줬다. 결과는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3명 모두 지나치게 삼진율(삼진/타석)이 높다. 변우혁 29.3%, 유장혁 36.0%, 노시환 35.8%다.

안경현 SBS 해설위원은 “KBO리그에서 신인 타자의 경우 우타자가 좌타자에 비해 훨씬 불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KBO리그 우타자들의 성장은 무척 더뎠다. 2001년 이후 22세 이하로 20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는 겨우 4명. 김태균, 이대호, 강정호, 김하성밖에 없다.

한화의 도전이 ‘무모한 도전’으로 비치는 것은 우타 신인을 같은 해에 3명이나 성장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1군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1개의 가치는 무척 중요하다. 그 아웃카운트를 동시에 3명으로 낭비할 수는 없다. 지난해 거둔 3위 성적은 팬들의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시즌 반환점을 돌면서 순위가 떨어지자 팬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어렵다’는 점에서 도전 가치는 더욱 크다. KBO리그는 20년 가까이 새로운 우타 거포 발굴에 실패했다. 유망주들은 줄줄이 우투 좌타를 택했다. 우타 거포 성장을 ‘우연’에 기댈 수는 없다. 한화가 그리는 꿈은 가까운 미래에 유격수 하주석, 2루수 정은원 등 센터 내야수를 중심으로 1루수 변우혁, 3루수 노시환, 중견수 유장혁으로 구성된 주전 라인업이다. 제대로 갖춰지면, 두산이 그랬고, 지금 히어로즈가 그런 것처럼 10년 넘게 단단한 팀이 될 수 있다. 한화의 도전은 ‘한국식 탱킹’에 가깝다. 당장의 성적 때문에 해 보지도 못하고 접는다면, 우타자들의 성장은 또다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미래를 만드는 에너지는 1g에 수천만원인 ‘삼중수소(3H)’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 핵융합의 원료다. 한화의 ‘무모한 도전’이 결과를 내고, 3H가 핵융합에 성공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 한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선수 육성 방식의 성공을 통해 KBO리그의 미래도 바뀔 수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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