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가 유력시 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노 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은 100만분의 1로 희박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0월 말 반드시 탈퇴하겠다 공공연히 밝혀온 ‘하드 브렉시트’파인 존슨 전 장관이 꼬리를 내린 셈이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이날 온라인 정견발표회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며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맞이할 궁극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하루 전에 내놓았던 브렉시트 관련 발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존슨은 전날 토크 라디오와 인터뷰에서는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죽을 각오로’라는 말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24일 BBC 뉴스 인터뷰에서도 “나의 약속은 10월 31일 핼러윈(데이)에 EU에서 나가는 것”이라며 EU와 합의를 못 하더라도 10월에 탈퇴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브렉시트 강행 발언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존슨 전 장관은 또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작다는 자신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브렉시트) 합의한 통과를 바라는 공통된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생겨나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EU와 영국은 지난해 11월 영국의 EU 탈퇴조건을 다룬 합의안을 타결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이런 사이 지난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는 4월 12일로 한차례 연기됐고, 이어 또다시 오는 10월 31일까지로 시한이 늦춰졌으며, 브렉시트 문제를 매듭지으려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EU는 메이 총리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검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해서 밝혀왔고, 전문가들도 메이의 뒤를 이을 새 총리가 EU와 합의에 큰 걸림돌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조건 등을 바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백스톱이란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하드 보더’(국경을 엄격히 차단하고 통관과 통행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피할 수 있도록 영국과 EU가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합의한 조항이다.
존슨 전 장관의 이 같은 태세 전환 발언은 노 딜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국 경제가 주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노 딜이 발생할 경우 긴급부양책이나 통화확장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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