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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에이스 본색' 양현종, 맞은 장면 다시보기로 재기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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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IA 선발 양현종이 23일 잠실 LG전에서 0-0으로 맞선 1회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개막 직후였다. ‘절대 에이스’ 양현종(31·KIA)이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고 1실점 호투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투구량이 부족해 구위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그의 부진을 예상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양현종 걱정은 쓸 데 없는 짓”이라고 덕담을 건넸더니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첫 승을 거둔건 개막 후 한 달이 훌쩍 지난 5월 2일 삼성전(6이닝 1실점)이었다. 선발 5연패를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시즌 중엔 좀처럼 하지 않던 불펜투구도 하고, 선발등판을 준비하는 중에도 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 14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구위가 회복되는 게 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KIA 김기태 전감독이 팀을 떠난 직후인 지난달 19일 대전 한화전부터 이달 23일 잠실 LG전까지 7경기에서 48이닝을 던져 7승 방어율 1.50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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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발 양현종이 23일 잠실 LG전에서 0-0으로 맞선 3회 투구를 준비하며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구위를 회복한 뒤에도 양현종은 “포수 한승택이 경기 준비를 정말 잘해온다. 리드가 좋으니 편하게 던질 수 있다. 야수들의 도웅도 많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시즌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맞혀잡는 투구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투수 최선참이자 팀 전력의 핵심인 에이스의 품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면서 발상의 전환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투수가 ‘맞겠다’고 말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던지는 모습은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구위와 제구에 자신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일 좋은 컨디션으로 등판할 수 없고, 컨디션이 좋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신념이 필요하다. 양현종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강하게 던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 등판을 준비할 때 상대 타자들이 나에게 잘 쳤던 장면을 돌려보며 상대상에 대해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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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경기 후 팬들에게 하트를 보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안타를 맞는 장면을 돌려보며 당시 투구 상황을 되돌아 본다는 의미다. 양현종은 “타자가 잘 칠 때도, 내가 실투했을 때도 있다. 노림수에 걸려들기도 공이 가운데로 몰린 경우도 많았다. 어차피 서로 장단점을 알고 상대한다. 왜 맞았는지보다 어떻게 맞았는지를 보면 경기 준비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령 볼카운트 1-2에서 LG 유강남에게 몸쪽 포심을 던지다 장타를 허용했다면, 당시 볼배합과 타자의 반응 등을 영상으로 돌려보고, 힘을 뺀 포심이나 낮은 슬라이더 등으로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이날도 양현종은 포심 최고구속애 149㎞에서 137㎞까지 차이를 냈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좌우타자 모두에게 구사했고, 종종 커브도 가미해 LG 타선의 적극적인 스윙을 역이용했다. 하체 밸런스가 향상됐고, 경기를 치르면서 던지는 체력도 강화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경기운영 능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양현종이다. ‘맞은 장면 다시보기’로 양현종 걱정은 쓸 데 없는 짓을 완성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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