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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벤투 감독 "손흥민-이강인 공존, 2차예선부터 충분히 가능하다"[창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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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강인은 손흥민처럼 좋은 재능을 갖췄다.”

대한민국의 6월이 붉게 물들고 있다. 한국 축구에 상전벽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1년 전 6월, 국가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세계 축구사를 뒤흔드는 기적 같은 2-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올 6월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축구장에 사람이 넘치고, 함성이 넘친다. 각급 대표팀 경기가 흥행 ‘붐’을 일으키는 가운데 K리그도 모처럼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 축구의 지난 1년을 관통하는 인물로 누굴 들 수 있을까. 선수로는 단연 손흥민이 꼽히고, 다음으로 이강인을 들 수 있다. 지도자 가운데서는 누구나 포르투갈 출신 국가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난 2012년 조국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려놓은 그는 자신의 현역 시절 마지막 A매치 장소이자 그 상대였던 한국에서 새 꿈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그의 A매치 성적은 11승4무1패,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수치다. 물론 그 중엔 벤투 감독 자신도 아쉬워하는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 패배가 있지만 골키퍼부터 패스로 만들어가는 축구 ‘빌드업’과 적극적이면서 능동적인 태도로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은 기존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벤투 감독을 특별히 인터뷰에 초대했다. 이번 인터뷰가 의미를 더하는 것은 벤투 감독 자신이 국내 언론사와 ‘최초로’ 일대일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장 혹은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이크 앞에 섰던 벤투 감독이 본지 앞에선 ‘댄디 가이’로 확 변신했다. ‘감독 벤투’는 물론 캐주얼 셔츠를 입고 멋스럽게 팔을 걷어붙인 모습으로 ‘인간 벤투’의 면모까지 드러내 더욱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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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내 축구에 의심은 없다”

벤투 감독은 부임 뒤 ‘후방 빌드업’을 테마로 국가대표팀에 혁신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골키퍼가 롱킥을 하지 않고 자신의 양 옆에 서는 센터백에게 볼을 내줘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론 “프랑스도 점유율을 내주고 플레이하는 시대에 개인기가 떨어지는 한국 선수들이 빌드업 축구를 하는 것이 맞는가”란 의문도 제기된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대한 찬·반 흐름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축구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다. “이런 논쟁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못을 박고 답변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지난 16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플레이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공격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고, 우리가 경기 도중 어려움을 겪어도 내가 원했던 방식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선수들이 노력했다. 항상 적극적인 축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1년간 가장 큰 수확은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을 확립했다는 점”이라고 정리했다. 맨투맨 수비에 익숙한 태극전사들에게 코너킥 때 지역 방어를 강조하는 것 역시 먼 미래를 내다 보고 진행하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지역방어를)처음부터 고수해왔다. 물론 일부 장면에서 위험하거나 좋지 않은 점들이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다.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며 ‘마이웨이’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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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3월19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이강인을 불러 장난치고 있다. 파주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손흥민과 이강인의 공존? “2차예선부터 가능하다”

한국 축구가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대회 최우수선수에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으로 자신의 존재감 알린 이강인이 과연 벤투 감독 아래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가가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20골을 폭발한 손흥민, 그리고 U-20 월드컵 골든볼을 품에 안은 이강인이 하나로 뭉쳐 뛰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이강인은 지난 3월 벤투호에 처음 승선했으나 A매치 출전엔 실패했다. 이달 초 A매치 2연전은 U-20 월드컵 참가로 놓쳤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오는 9월부터 벌어지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부터 ‘손흥민+이강인’의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일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2차예선부터 같이 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둘이 뛰는게 이뤄질 만하니까 내게 질문한 것 아닌가”라며 웃은 벤투 감독은 “둘 다 능력이 좋고, 그러면서도 다르다. 손흥민은 이미 완성된 선수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에서야 성인 무대에서 기회를 얻었고 U-20 월드컵에서 활약했다”고 둘을 비교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손흥민처럼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재능을 갖췄다. 잘 지켜보겠다”고 장래성을 인정했다. 이강인의 포지션도 나름대로 연구한 모습이었다. “이강인은 우선 공격수 바로 아래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서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른쪽 윙도 괜찮다. 우리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면 공격형 미드필더도 좋다”고 분석했다. 이강인은 왼발을 쓰는데 벤투 감독은 요즘 축구의 트렌드인 ‘반댓발 윙어’를 생각하는 듯 했다. 스트라이커 손흥민과 2선 공격수 이강인, 혹은 왼쪽 날개 손흥민과 오른쪽 날개 이강인의 콤비플레이를 보는 것도 이젠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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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5월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6월 A매치 평가전 명단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한국 대표팀과 생활에 큰 행복 느낀다”

벤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과 경기를 끝으로 A매치와 작별했다. 공교롭게 그런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16년 뒤 맡게 됐다. 현역 시절 잠시 거쳐갔던 한국에서 그는 이제 터전을 잡고 산다. “포르투갈 말고 해외 대표팀을 처음 맡은 곳이 한국이다. 그러고보면 정말 (한국과는)운명인 것 같긴 하다”는 그는 “지금 이 대표팀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기쁘고 큰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금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 본선에서의 목표 등은 카타르를 간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는 그는 최근 불거진 선수 선발 논란에 대해서도 오직 대표팀 경쟁력 향상에만 초점 두고 있음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기술, 전술, 피지컬, 멘탈로 나눠 후보 자원들이 우리 대표팀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가를 확인하고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누구를 교체로 무조건 투입하고 누구는 배제하는 식의 선수단 운영은 결코 하지 않는다. 상대의 스타일, 우리가 원하는 전략 등을 따져 필요한 라인업을 운영하고 경기를 보면서 교체 멤버를 결정할 뿐”이라고 했다. 다른 누구보다 벤투 감독 자신에 대한 철학이 확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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