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로마서 뛴 원클럽맨, 구단 디렉터로 변신 후 2년
“내 의견 전혀 고려되지 않아” 미국 구단주 직격…결별 선언
“로마 떠나는 건 죽는 것과 같아” 프란체스코 토티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로마 | AP연합뉴스 |
6월17일(현지시간)은 로마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1년 통산 세 번째이자 마지막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 패치)를 차지한 날이기 때문이다. 18년의 세월이 흘러 6월17일은 로마 팬들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기억되게 됐다. 이날 로마의 상징이자 아이콘이었고, 영원히 로마인으로 남을 줄 알았던 프란체스코 토티(43)가 기자회견을 열고 로마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토티는 1989년 로마에서 데뷔해 2017년 은퇴할 때까지 28년간 로마에서만 뛴 ‘원클럽맨’의 대명사였다. 은퇴 후 로마 구단의 디렉터로 변신했던 토티는 이렇게 30년 로마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마를 떠나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을 터. 토티는 그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로마를 떠나는 건 죽는 것과 같다. 내가 차라리 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토티는 결별 이유에 대해 “많은 약속들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구단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토티는 “내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내 생각을 밝힐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면서 “참된 의미의 기술적인 프로젝트에 관여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첫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2년째가 되자 그들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았다. 그들은 모든 결정에서 나를 배제했다.”
에우제비오 디 프란세스코 전 감독 경질과 파울로 폰세카 감독 선임, 스트라이커 에딘 제코의 인터밀란 이적 협상 등도 그의 뜻과 다르게 흘러갔다는 게 이탈리아 언론의 분석이다.
토티는 “내 등에 칼을 꽂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토티는 미국인 사업가이자 구단주인 제임스 팔로타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토티는 “2011년 팔로타와 보스턴 기업인들이 로마를 인수한 이후 로마인들이 로마에서 내쫓기고 있다”면서 “회장도, 감독도, 선수도 왔다가 간다. 그러나 엠블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로마 구단은 토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로마는 늑대들의 땅이다. 뱀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함께 ‘#팔로타아웃’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어지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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