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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現 남편 "고유정, 긴급체포 전날 외식하고 노래방도 가…너무 밝고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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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現 남편 인터뷰…"진실 밝혀달라"
"고유정 긴급체포 전날, 지인과 밝게 통화하며 노래방도 가"
"고유정, 지난달 25~27일 연락 두절…실종신고까지 했다"
"아들 장례 마치고 오니 혈흔 묻은 전기매트 등 버리고 청소까지"
"경찰, 고유정에 대한 수사는 부실…나만 추궁"

‘제주 전(前)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현 남편 A(37)씨는 지난 3월 아들 B(5)군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아들이 숨졌을 당시 피가 이불뿐만 아니라 전기장판, 매트리스에까지 묻어 있었다"며 "당일 오전 고유정은 이미 잠에서 깨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숨진 현장을 못 봤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17일 제주시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등 일부 언론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고유정은 또 아들의 장래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3월 8일 집에 왔더니 아들의 이불과 전기매트 등을 고유정이 다 버렸고, 집은 깨끗하게 청소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쯤 청주시 용담동 한 아파트 A씨 집 안방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질식사로 추정했으나 고유정 사건이 불거지며 이 사건에도 의문이 제기됐고, A씨는 지난 13일 고유정을 아들 살해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소했다.

A씨는 또 고유정이 긴급체포 전날인 지난달 31일 "너무나 밝게 지인과 통화하고, 외식도 하고 노래방도 갔다"며 "너무나 태연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고유정이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 오전까지 사흘 간 연락이 되지 않아 자신이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었다고 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30일 자정쯤에는 전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뻔했다고 문자메시지를 자신에게 보냈다고 했다. 고유정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이 덮치려 해 수박을 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다"며 계획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A씨는 또 사건을 담당하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가 고유정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았고, 지금도 잘못된 정보만 언론에 흘린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숨진 아이가 보고 싶어도, (안치된 제주의 추모공원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진실이 밝혀져 부끄럽지 않게, 아빠로서 당당하게 보러 갈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①"고유정과 체포 전날 너무 밝고 태연…데이트하며 외식하고 노래방도"
이날 A씨는 고유정이 지난 1일 경찰에 긴급 체포될 때까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했을 것이라고 의심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고유정이 "강씨에게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주장을 믿고, 고인의 남동생에게 전화해 화를 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의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정말 의심조차 못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강씨를 만나고, 이후 27일까지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걱정이 돼 27일 오전에 고유정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이후 5분여 만에 고유정이 "실종 신고를 풀어달라"고 A씨에게 연락했다. 경찰 수사 결과 고유정은 지난 25일 저녁 제주의 한 펜션에서 아들 C(5)군을 만나러온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27일 오전 펜션에서 퇴실했다.

A씨는 "고유정이 ‘혼자 있고 싶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았고, 지난달 30일 자정을 전후해 ‘(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를 믿고 새벽 2시쯤 경기 김포의 아버지 집에 있던 고유정에게 충북 청주의 집으로 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고유정은 새벽 3시 30분까지 "준비할 것이 있다"며 출발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때 고유정은 강씨의 시신을 2차 훼손하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유기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쯤 고유정은 청주로 왔다. A씨는 밤을 새웠기 때문에 오후 1시까지 잔 뒤 고유정이 범행 중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손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들렀다. A씨는 "성폭행 당할 뻔했다"는 고유정의 주장을 믿고, 위로해주기 위해 데이트에 나섰다. A씨는 "당시 고유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외식를 한 뒤에 노래방도 갔다"며 "정말 태연했다"고 했다.

A씨는 또 "고유정이 지난달 18일 자신의 차를 끌고 가기 위해 굳이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문제로 싸우기까지 했다"며 "경찰이 지난 1일 집으로 와서 고유정을 체포해 간다고 했을 때도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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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A씨 주장으로 재구성한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전후’
A씨는 고유정의 범행이 하나둘 밝혀지면서부터, 지난 3월 아들 B군이 숨진 사건과 고유정의 연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A씨와 고유정 둘만 살던 충북 청주의 아파트에 숨진 B군이 온 것은 지난 2월 28일. B군은 이틀 뒤인 지난 3월 2일 오전 숨졌다.

A씨에 따르면 청주의 아파트에는 퀸 사이즈 침대 2개를 붙인 방이 있었다. 이 방에서 지난 3월 1일 오후 10시쯤 B군은 잤다. 같은 날 A씨는 고유정과 오후 10시 2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차를 마셨다. 이후 그는 다음날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1시간가량 책을 봤고, 침대방으로 갔을 때 아이가 비뚤게 자고 있어 바르게 돌려놓았다고 했다.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따로 잤다.

다음날 오전 10시쯤 일어났을 때 아이는 A씨보다 아래쪽에 엎드린 상태로 있었다. B군 얼굴을 보니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A씨는 B군을 거실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CPR)을 했다고 한다. 고유정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했다. 당시 출동한 구조대 기록에도 ‘B군의 코 주변과 이불에 혈흔이 있었고, 현장 도착했을 때 부모가 심폐소생술 중이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에 따르면 B군이 숨졌을 당시 피가 이불 시트뿐만 아니라, 시트 아래 깔렸었던 전기장판 그리고 그 밑의 매트리스에까지 묻어있었다. 경찰의 발표와 달리 피가 ‘소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유정이 B군이 숨진 상태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A씨에 따르면 B군이 숨진 당일 고유정은 이미 깨어 외출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A씨는 "(이불에 묻은 혈흔이) 아이의 얼굴보다 큰 상황이었다"며 "(외출 준비를 위해) 방을 오갔을텐데, 그 현장을 못봤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아들의 장례를 위해 제주에 내려갔다가 지난 3월 8일 돌아왔을 때 집이 깨끗하게 청소돼 있었다"며 "숨진 아들의 혈흔이 묻어있던 이불과 전기매트 등을 고유정이 다 버린 상태였다"고 했다. 이런 방식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살해한 뒤, 청소한 것과 같은 양상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③"경찰, 고유정 수사 부실…압수수색날 ‘갈치 맛집’ 묻기도"
A씨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아이가 숨진 날은 지난 3월 2일이지만 A씨에 대한 모발검사는 석 달이 지난 6월 3일이 돼서야 진행됐다. 그조차도 부실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모발 검사할 때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겨드랑이털과 같이 다른 체모(體毛)도 검사해야 하는데, 경찰은 머리카락만 2cm가량 잘라갔다. 지난 3월부터 제가 이발을 두 차례 했고, 아이가 떠나고 스트레스로 흰머리가 많아 염색도 2번 했다. 다른 체모도 검사받을 의향이 있다."

이는 고유정이 당시 A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인 뒤 B군을 숨지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충북 청주상당경찰서가 최근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감정한 결과 A씨에게선 졸피뎀 성분은 나오지는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경찰이 고유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고유정 체포된 다음에도 경찰은 저만 추궁했다"며 "청주상당서 측이 고유정의 전 남편 사건이 끝난 다음에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그전에는 왜 안 했느냐"고 말했다.

경찰이 숨진 B군의 사인(死因)을 ‘질식사’로만 밝힌 점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B군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부검결과를 지난 3일 봤는데 ‘압착’이란 표현이 있었다"며 "경찰이 이 내용도 공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국과수 부검결과 숨진 B군의 등에서 ‘가로’로 눌린 자국이 나왔는데, 사건 당일 A씨보다 아래쪽에서 숨진 채 발견된 B군의 등에 ‘세로’가 아닌 ‘가로’로 눌린 자국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A씨는 아이를 잃고, 아내가 살인자가 된 자신에게 경찰이 ‘갈치 맛집’을 묻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시간이 늦었다며 경찰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경찰 2명과 봉고차에 탔다. 경찰이 저에게 이런 말 물었다. ‘제주도 가게 되면 갈치 유명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라며 "아이 잃은 아빠였고, 그나마 아내마저 살인자가 돼버린 저에게 집을 데려다주면서 갈치요리로 유명한 맛집을 물어본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게 대한민국 경찰의 현실인가"라고 했다.

A씨는 이런 상황 속에서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지난 13일 제주지검에 고유정이 숨진 B군을 살해했을 수 있다며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인터뷰 막바지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고유정의 전 남편인 고인의 가족들도 얼마나 슬플지, 제가 가족을 잃어봤기 때문에 알 수가 있다. 두 사건의 진실을 알아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아빠로서 당당하게 아이를 찾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제주=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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