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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카풀에 이어 타다로 넘어온 ‘불법 논란’…모빌리티 업체, 전쟁터로 뛰어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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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울=뉴스1) =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타다 신속-공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타다의 불법 여부를 강남 경찰서가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검찰이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요구해야한다”고 밝혔다. 2019.6.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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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반발이 한창이라 인터뷰하기 부담스럽네요.”

최근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택시업계의 화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 규모가 커지고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3월 7일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의 합의안 마련 이후 3개월여가 지났지만 모빌리티 업체들은 여전히 숨죽이고 있다. 택시업계 또한 합의안이 나온 뒤 상반기(1~6월) 내 출시를 목표했던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의 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는 승차공유 등 모빌리티 신산업이 글로벌 추세이자 혁신이라 강조하지만 전통 사업자인 택시업계는 “신사업은 혁신을 가장한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 속에 선뜻 문제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할까.

● 타다로 넘어온 불법 논란


동아일보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타다 미디어데이에서 택시 협업 모델 ‘타다 프리미엄’을 소개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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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은 VCNC(쏘카 자회사)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은 사실상 변칙 택시 영업이라며 타다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4월 25일부터는 VCNC의 삼성동 본사와 서울 시청 등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불법 논란’은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에 이어 타다로 옮겨 붙었다. ‘법 조항의 맹점을 파고든 편법에 불과하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은 카풀 논란이 일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도 택시업계는 ‘출퇴근 시간에 한해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카풀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카풀업계가 악용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카풀과 타다는 모두 기존 택시 면허 체계에서는 탄생할 수 없는 서비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택시업계가 문제 삼은 건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운전자 알선이 허용된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 타다 베이직은 쏘카가 승합차를 고객에게 빌려주고(렌트), VCNC가 해당 고객에게 기사를 알선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이면 VCNC는 모든 택시업계에 적용되는 택시면허 자격이나 요금 관련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2014년에 ‘운전자 알선 허용’이 신설된 취지는 관광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를 벗어나 기사 수를 마구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면 택시 업계만 규제를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렌터카 업체들도 타다와 같은 유사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택시업계도 규제를 풀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든지, 모빌리티 업계가 혜택을 받은 만큼 기금 등의 형태로 환원 해야한다”고 했다.

타다 측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달 말 국토부는 타다 측이 그동안 해왔던 “베이직이 합법적인 서비스”라는 주장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타다 측도 “구두로 (합법이라고) 전해 들었지만 공문을 받진 않았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12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타다 측은 전날 타다 베이직의 후속 서비스이자 고급 택시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에 대해 “서울시가 인가를 내줘 이달 안으로 정식 출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서울시가 “아직 인가가 끝나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타다 측은 “구두로 합의한 것을 인가한 것으로 잘못 전달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 왜 전장터에 뛰어드나

합법과 편법의 모호한 경계에 서있는 국내 모빌리티 공유업계는 기존 사업자와의 치열한 대립 등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걸음만 삐끗해도 곧바로 구설수에 오르고 사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장에 뛰어들고, 쏘카가 VCNC를 인수해 타다 베이직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유 경제가 세계적인 대세라는 점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이라는 미래의 핵심 사업영역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의 이동 패턴 등 모빌리티 정보는 다른 사업으로 확장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아놓은 데이터로 ‘3Km 미만 택시 호출이 많은 지역’에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내놓으려 것이 한 예다. 지금 카카오모빌리티의 해당 서비스는 인천과 경기 성남시 일부에 한정돼 있지만, 데이터가 쌓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언제든 서울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타다 베이직으로 시작한 타다 플랫폼 또한 차량(베이직 기준) 운행대수가 1000대(5월 기준)를 넘어서는 등 브랜드 힘이 커지면서 ‘고급택시’로 서비스 영역을 넓힐 토대를 마련했다. 그간 쌓아놓은 소비자 데이터로 고급택시를 어떻게 운영하고 배차할지 운영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유 경제의 대명사인 미국 우버는 자동차 공유에서 시작해 ‘1인 모빌리티(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고급택시 등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사업부를 두고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노린다. 동남아에서는 승차공유 업체인 그랩이, 중국에선 디디추싱 등이 모빌리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 과정을 빅데이터로 쌓아놓고 이를 중계하기 위한 전쟁이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밀려드는 신(新) 모빌리티 파고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BMW나 혼다 등 자동차 제조사들도 승차 공유 업체에 투자하고 스스로 모빌리티업체를 표방하는 시대”라며 “모빌리티 업계는 향후 완성차니 승차 공유니 하는 경계 없이 전방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의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승차공유가 차지하는 비중(매출액 기준)이 2016년에는 1%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3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켓 또한 세계 차량공유 시장 규모가 2025년에 2000억 달러(236조 5200억 원), 2040년 3조 달러(3547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핀란드의 교통 플랫폼 ‘휨(Whim)’은 전방위 전쟁의 격전지에 올라선 국내 모빌리티 업체 대부분이 동경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 정부와 공공기관, 통신장비 회사와 우버가 참여해 만든 이 플랫폼은 도착지만 설정하면 개인에게 알맞은 이동 수단이 추천되고 결제까지 한번에 이뤄지는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통합 플랫폼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결국 미래 모빌리티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처럼 모빌리티 신산업의 파고가 흘러들어오는 지금, 규제혁신 플랫폼택시를 통해 기존에는 없던 택시 서비스를 내놓으려 하는 택시업계에도 숨통을 터주고,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들이 마음껏 새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리더십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막지 못할 시대적 흐름이라면 택시업계도 모빌리티 업계와 상생해서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은 길을 잃었다. 플랫폼 택시에 대해 국토부는 “월급제 국회 입법이 먼저”라며 시행령 개정과 실무협의체 구성을 미루고 있다.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며 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법적 근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택시업계나 모빌리티 업체들은 이 지점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상은 변하는데 국회나 정부는 뒷짐을 질 것이 아니라 빨리 판단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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