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준 미술감독의 디테일 전략
대저택-반지하 극과 극 공간 대비
건물 20동 서민동네 전체가 세트
벽돌·문짝·잔디·나무 등 완벽 구현
“봉준호 감독은 큰 배의 선장 같아”
대저택-반지하 극과 극 공간 대비
건물 20동 서민동네 전체가 세트
벽돌·문짝·잔디·나무 등 완벽 구현
“봉준호 감독은 큰 배의 선장 같아”
“우리 영화에 나오는 공간이 또 하나의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기생충’ 배우들 전부 엄청 연기 잘하셨잖아요. 그런데 중요한 공간이 세트처럼 보인다?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함께한 이하준 미술감독의 말이다. 벌써 700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극과 극의 두 공간, 기택(송강호)네 반지하와 박사장(이선균)네 대저택이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그 실체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도 눈치채지 못했다. 봉 감독에게 “어디서 그런 완벽한 집(박사장네)을 구했냐”고 물었다가 세트란 말에 깜짝 놀랐을 정도. 이하준 미술감독이 이메일 인터뷰을 통해 들려준 놀라운 디테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함께한 이하준 미술감독의 말이다. 벌써 700만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극과 극의 두 공간, 기택(송강호)네 반지하와 박사장(이선균)네 대저택이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그 실체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도 눈치채지 못했다. 봉 감독에게 “어디서 그런 완벽한 집(박사장네)을 구했냐”고 물었다가 세트란 말에 깜짝 놀랐을 정도. 이하준 미술감독이 이메일 인터뷰을 통해 들려준 놀라운 디테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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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식구들은 장남 기우(최우식)를 시작으로 박사장네 부자 동네(두번째 사진)에 다가간다.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의 표정처럼, 계단(마지막 사진)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
실은 기택네 집만 아니라 그 동네가 모두 세트. 20동의 건물에 40가구 가까이 산다는 설정으로 경기도 고양 스튜디오에 지었다. 재개발 지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래된 실제 벽돌을 실리콘으로 떠서 벽돌을 만들었는가 하면, 문짝·새시·방충망·유리창·대문·연통·전깃줄 등을 미술팀·소품팀·제작부까지 나서 몇 달에 걸쳐 구하거나 사들였다.
미술팀은 영화에 안 나오는 동네 사람들 스토리까지 만들었다. “할머니가 아들딸 분가시키고 혼자 폐품을 주우며 근근이 생활하는 집” 앞에는 폐종이가 가득한 유모차를, “근처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집”은 창문 앞에 고추장·오뎅 등 재료 상자를 쌓아두었다.
디테일은 중요한 모티브인 ‘냄새’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소품팀이 만들어 촬영 때 파리 모기가 윙윙거리게 했다”며 “반지하 집에서 미술팀·소품팀이 삼겹살을 구워 가스레인지 주변에 기름때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오래된 옷가지, 가구 등이 들어오면서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도 생겼다. “영화에는 보이지 않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실제로 분위기를 느꼈으면 했어요. 그래야 더 몰입되니까.”
기택네 집은 바닥보다 높이 솟은 변기 등 기이하고도 현실적인 디테일이 두드러진다. 반지하를 꾸미는 데는 봉 감독의 정교한 시나리오, 미술팀의 자료수집에 그 자신의 체험이 더해졌다. “대학 때 잠시 선배와 자취했던 반지하의 기억을 몸으로 더듬어 계단의 높이 같은 걸 그렸다”고 했다. 계단은 양쪽 집 모두에서 중요한 부분. 그는 “계단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보기는 처음”이라며 “공간의 특색과 배우의 연기에 맞게 수정하고 또 수정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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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위 사진)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식구들은 장남 기우(최우식)를 시작으로 박사장네 부자 동네에 다가간다.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의 표정처럼, 계단(아래 사진)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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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첫번째 사)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식구들은 장남 기우(최우식)를 시작으로 박사장네 부자 동네(두번째 사)에 다가간다.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의 표정처럼, 계단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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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 아들 다송(정현준)의 인디언 텐트는 미술팀·소품팀이 조립방법까지 연구해 직접 만들었다. |
봉 감독과 작업한 경험은 이렇게 전했다. “맞아요. ‘봉테일’ 감독님 맞아요. 모든 계획과 구상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고, 그걸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스태프에게 정말 상세히 설명해주거든요. 엄청나게 커다란 배를 능수능란하게 잘 움직이는 선장님 같아요. 가능과 불가능을 타협할 줄 알고, 변수에 대한 대처가 좋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큰소리가 없으세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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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위 사진)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식구들은 장남 기우(최우식)를 시작으로 박사장네 부자 동네에 다가간다.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의 표정처럼, 계단(아래 사진)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06/10/c99138ab0460455e9dc61de8c19de07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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