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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e스포츠는 올림픽 가치와 맞지 않다? 거액 후원 제안을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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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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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언뜻 떠오른 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하 롤)와 스타크래프트2 등 e스포츠 6개 세부 종목이 시범종목으로 열렸다. 한국은 롤 8개 참가국 중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중국에 져 은메달에 그쳤다.

한국팀들은 e스포츠의 대표 종목인 롤에서 더 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다. 중국팀들이 지난해 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리프트 라이벌즈, 롤드컵 등 3대 세계대회를 휩쓸었다.

그런데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2019 MSI 4강전에서는 유럽(G2 e스포츠)이 한국(SK텔레콤 T1)을, 북미(리퀴드)가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중국(IG)을 꺾었다. 유럽은 결승에서 북미를 3-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MSI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양강구도였던 세계 e스포츠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는 평가다.

이는 후발주자들이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우리 지도자들을 영입해 전력이 평준화된 태권도, 양궁이 맞닥뜨린 상황과 비슷하다. 이제 두 종목은 올림픽은 물론이고 아시아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e스포츠 팀들의 전략과 전술은 완전히 노출된 상태다. 정석 플레이를 펼치는 한국팀들은 변칙 작전을 쓰는 외국팀들에게 종종 덜미를 잡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WHO가 게임중독을 게임이용 장애(Game Disorder)로 규정하자 국내 의료계와 게임업계의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의료계는 “알코올 등 물질중독뿐 아니라 도박과 게임 등 행위중독도 엄연한 질병이다. 중독 현상은 선제적 진단과 처방이 효과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는 “게임에 몰입하는 원인이 게임 자체인지, 스트레스 등 외부환경 때문인지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 부처간에도 엇박자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WHO가 게임중독에 부여할 예정인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콘텐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산업 위축으로 콘텐츠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2022년 WHO의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국내에 적용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는 없을 듯 하다.

한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 기구들의 e스포츠에 대한 입장은 일단 유보적이다. 당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첫 시범경기로 치러진 e스포츠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 때는 정식 종목으로 열리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항저우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정식 종목에서 e스포츠는 빠졌다. 대신에 중국은 2010년 광저우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부활시켰다. 중국은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한국 등과 함께 4대 강국이지만 e스포츠의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 채택은 아직은 눈치를 봐야하는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IOC도 지난해 12월 올림픽 정상회의(Olympic Summit)에서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IOC는 “e스포츠와 게임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전통 스포츠의 핵심 요소인 신체활동이 수반되지 않고, 일부는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어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이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전 세계 10~20대가 기존 스포츠를 능가할 정도로 e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IOC로서는 e스포츠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IOC헌장에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어떠한 정치, 종교, 경제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깐깐하게 준수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IOC의 결정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 주요 잣대는 돈이다.

올림픽은 ’돈 먹는 하마‘다. 천문학적인 개최 비용 부담 탓에 올림픽 유치 경쟁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IOC는 물론이고 올림픽의 위기다. ’큰 손‘ 게임업체가 거액의 후원을 제안해 온다면 과연 IOC가 단호히 뿌리칠 수 있을까. 훗날 IOC가 e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한다면, 그땐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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