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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삼성 외야의 전진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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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정호가 뛰고 있는 피츠버그는 오랫동안 ‘만년 꼴찌’ 팀이었다. 배리 본즈가 뛰던 1992년을 마지막으로 20년 동안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철강도시로 융성했던 피츠버그는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야구단도 함께 성적이 떨어졌다. 관중이 줄고, 돈이 벌리지 않고, 전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아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피츠버그의 변화는 ‘데이터 야구’에서 시작됐다. 피츠버그의 성공을 다룬 책 <빅데이터 베이스볼>에 따르면 피츠버그는 닐 헌팅턴 단장 부임 이후 데이터를 활용한 실점 억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내야수의 시프트와 땅볼 유도를 위한 투수들의 투심 패스트볼 비중 강화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물론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은 클린트 허들 감독의 변화 덕분이었다. 허들은 “야구가 120년 동안 수비 위치를 바꾸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올드 스쿨’ 스타일에서 시프트를 적극 옹호하고 사용하는 감독으로 변신했다. 허들 감독은 2016시즌을 앞두고 “올해 우리 외야수들은 조금 앞에서 수비한다”고 밝혔다. 시즌 전 미국야구통계학회(SABR) 총회에서 발표된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허용하는 외야타구는 비교적 짧다’는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는 ‘올드 스쿨’ 스타일의 팀이었다. 과감한 투자로 성적을 내는 ‘빅마켓’ 스타일이었다.

모기업 분위기 변화와 함께 삼성의 야구 스타일도 확 바뀌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투구·타구 추적(트래킹) 시스템 트랙맨을 전력 분석 및 선수 성장 데이터로 적극 활용했다. 스몰마켓 스타일로의 변화다. 최근 논란이 된 삼성 외야수들의 ‘페이퍼’는 이 같은 적극적 데이터 활용의 결과물이다.

변화는 신뢰에서 나온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일단 데이터를 믿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데이터 활용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 외야수들이 수비 위치를 적극적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팀 전체가 해당 데이터에 대해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박진만 수비코치는 현역 시절 데이터보다는 경험에 의존하는 스타일이었다. 리그는 물론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유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박 코치는 “예전에는 데이터라는 게 없었다. 그때그때 경험에 따라 수비 위치를 옮겼다”고 말했다. 지금 삼성의 내·외야 수비 위치는 큰 폭으로 움직인다. 박 코치는 “데이터가 쌓였는데 감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확률을 벗어난 플레이는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삼성 외야진의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공격적인 전진수비’다. 김 감독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조정됐고, 타구가 덜 날아간다. 특히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의 경우 좌우중간 펜스 거리가 짧다”면서 “뒤로 넘어가는 타구보다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홈경기 외야진의 수비 위치는 지난해보다 두 걸음 정도 앞에 선다”고 말했다.

외야수의 전진수비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는다. 앞에 떨어뜨리는 안타는 표가 안 나지만 뒤로 넘겨주는 장타는 경기 흐름 자체를 바꾼다. 수도권 팀의 한 수비코치는 “코치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전”이라면서 “감독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턱을 덮은 ‘올드 스쿨’ 스타일의 수염과는 확실히 다르다. 삼성 외야수들의 전진수비가 주는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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