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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 출연자 : 우수근 중국 산동대학교 객좌교수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관련 계열사 68곳을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린 이후, 구글이 화웨이를 선제공격한 데 이어서 인텔·퀄컴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잇따라 전 방위적으로 공세에 가세하고 있죠. 얼마 전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 금지를 3개월간 유예하겠다, 라고 결정하기는 했지만 압박 자체가 쉽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동시에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인 중국이 반도체 핵심부품인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전면전 대비에 들어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 될지, 그리고 또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봐야 할지, 오늘 NOW 인터뷰에서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중국 산동대 우수근 객좌교수님, 오늘은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주셨습니다.교수님, 안녕하세요.
◆ 우수근 중국 산동대학교 객좌교수(이하 우수근): 안녕하십니까.
◇ 전진영: 반갑습니다. 전화 통화로만 뵙다가 이렇게 직접 뵙는데요. 화웨이가 지난주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아마 뉴스를 통해서 많이들 접하셨을 거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그러면 화웨이가 직접적으로 받게 될 타격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까요?
◆ 우수근: 어느 정도라고 정확한 추산은 아직 쉽지 않은데요. 확실한 것은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제품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핵심 부품의 공급 없이는 정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거래 금지는 중국의 5G망 구축에도 큰 지장을 주는 등 그 피해가 중국 전체에 실로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중국은 전쟁행위로 규정하면서 국운을 걸다시피 총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화웨이라는 기업을 아마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워낙 많이들 들으셨겠지만, 미국이 이렇게 화웨이라는 기업을 콕 집어서 집중적으로 공격한다고 봐야겠죠, 지금까지 사안들을 쭉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기업이겠죠?
◆ 우수근: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렇게 충분히 볼 수 있는데요. 먼저 화웨이란 이름 자체가 두 글자의 중국어인데요. 화는 번화할 화(華) 자, 웨이는 위할 위(?) 자입니다. 중국의 번화·번영을 위한, 이름만으로도 애국주의 민족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출신의 런정페이 회장이 1987년 설립했습니다. 창업자가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고 또 창업 초기에는 인민군의 납품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래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실질적인 오너가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고, 미국의 요청을 받은 동맹국 호주라든가 일본, 뉴질랜드 등도 정부 조달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전진영: 그런데 화웨이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로 걱정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우수근: 네, 물론 화웨이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 중반부터 이미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소 3개월간에 사업을 이어나갈 만큼 핵심부품 재고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자체 칩의 설계와 독자적인 OS 개발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OS개발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중국 내부를 들여다보면 피해가 정말 엄청나게 클 것이다, 라는 상태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기세가 역력합니다.
◇ 전진영: 겉으로는 그렇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에 어떤 액션을 보여준 게 있었는데. 류허(劉鶴) 부총리, 미중 무역협상의 총책이잖아요. 류허 부총리를 같이 데리고 장시(江西)성의 희토류 연구개발 판매업체를 시찰했는데, 이 부분을 굉장히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습니까?
◆ 우수근: 네, 중국이 당당한 강경한 대응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진핑 주석이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업체를 전격 시찰했습니다. 그런데 이 민감한 시기에, 희토류 생산업체라는 민감한 장소를, 대미무역협상 중국 측 대표라는 민감한 사람, 즉 류허 부총리를 대동해서 시찰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1992년에 중국의 등소평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요. 중국은 유사시에 희토류를 자국의 비장의 무기로도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죠.
◇ 전진영: 그래서 시 주석이 희토류 판매업체, 연구개발 판매업체를 갔던 게 이슈가 되는 게, 아무래도 이런 시 주석의 행보가 미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내세운 것 아니냐. 직접적으로 어떤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희토류가 어떤 건가요? 그만큼 중요한 건가요?
◆ 우수근: 네, 그렇습니다. 희토류는요. 첨단산업의 쌀, 혹은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 등으로도 불리는데요. 미사일유도시스템을 비롯해서 각종 군사장비 및 반도체 등의 용도로도 폭넓게 사용됩니다. 아울러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 전진영: 전 세계 희토류의 대부분은 그럼 중국에서 난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 우수근: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래서 아마 시진핑 주석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든 것 같은데. 사실 미중 무역전쟁이 저희가 이 시간에도 굉장히 사안을 많이 다뤘거든요. 고위급 협상이 진행될 때도 항상 인터뷰를 했는데, 끝날 것 같으면서도 결렬이 되고, 이런 식으로 거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보통 이게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습니다만, 어느 한쪽이 약간 수그리고 들어간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한쪽이 살짝 양보를 하고, 이런 식으로 돼야 마무리가 되는 건데, 저희가 보기에는 지금 미국과 중국이 너무 팽팽하게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안 끝나는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진짜 중국의 속내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떤가요?
◆ 우수근: 네, 마침 제가 지난 약 한 달여 동안 한중정상회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위해서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5번 정도를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래서 책임 있는 당국자들과 폭넓게 논의하는 가운데 대미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의 속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빨리 끝내기 위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강경대응 기조로 선회했는데요. 그 이유는 약 3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첫째, 일단 중국 경제가 지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래, 어느 정도 우리도 해볼 만한 자신이 있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차라리 중국의 통치기반 강화의 계기로 삼자, 라는 속내도 생긴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여태까지는 빨리 끝내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줬는데, 중국 측의 불만은 트럼프 대통령이란 사람은 들어주면 또 많은 걸 요구하고, 들어주면 또 많은 걸 요구하고 끝도 없다. 그러다 보니까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중국 국내의 강경파나 보수파, 혹은 중국의 일반 대중들이 왜 그렇게 비굴하게 끌려가느냐란 소릴를 듣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경제 회복도 되고 있겠다, 그러면 차라리 당당하게 대응함으로써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자. 그럼으로써 통치기반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자, 라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요. 장기화하게 되면 중국이 최대의 패자가 아닐 수 있다는 그런 계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전진영: 오히려 시간을 끌면 중국 쪽에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 우수근: 어차피 미국도 중국도 내상이 상당히 심한데 중국이 최대의 내상을 입는 피해자는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것인데요. 왜냐면 정치체제가 다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자유민주주의로써 중국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모래알과 같은 지도력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치 지도자의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고 표심, 투표에 의해서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오래 지나면 지날수록 그 표심이 두려워서 강경대응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일치단결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화하게 되면 지금 중국 언론도 똘똘 뭉쳐서 중국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민들도 중국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반미전선을 강화하게 된다면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 내부에서 하는 말은요. 때리는 자와 버티는 자의 싸움인데. 깡패들이, 예전에 불량소년들이 우리 중학교 다닐 때 막 때리고 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계속 맞고 울고 피하면 계속 그 관계가 지속되는데, 어느 순간 그걸 잘 버텨낸다면 때리는 자하고 버티는 자의 관계가 바뀌게 되지 않습니까. 이것을 잘하게 된다면 G1, G2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기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그런 계산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중국 내부의 상황을 들으니까 어느 정도 미중 무역전쟁이 왜 이렇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감이 오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저희가 항상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주변국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도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렇다면 중국이 보는 한국은 무역 상대로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나요?
◆ 우수근: 네, 이 점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한편으로는 되게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부총리께서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서 우리도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냉정히 바라볼 때 G1, G2의 싸움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영향을 안 받겠습니까. 영향을 받는 똑같은 걸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우리는 우리이기 때문에,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중견강국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또 미중이 놓여 있는 상황을 잘 분석해보면 우리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삼성 같은 경우도 화웨이가 피해를 보게 되니까 삼성이 어부지리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습니까.
◇ 전진영: 아무래도 화웨이랑 통신업체로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이니까요.
◆ 우수근: 마찬가지로요. 지금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제협력,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그렇게 못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제조 2025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이 많은 산업 분야에서 아직 뒤떨어지고 있는데 2025년까지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최첨단으로 나가서 더 이상 따라가는 입장이 아니게 되겠다는 그런 국가 전략이거든요. 그걸 미국이 막으니까 거기에 숙이는 척하지만 그걸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중국은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이 아직 떨어지기 때문에 주로 미국과 일본 기업과의 경제협력이라든가 기술협력에 의존했거든요. 기술의존이 심화되다 보니까 이와 같은 대립 국면에서는 자기들한테 훨씬 불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중국이 빠르게 생각하는 것이 미국 기업이나 일본 기업, 혹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구 기업의 기술협력이라든가 경제협력 대신에 중견강국 한국과의 경제협력이라든가 기술협력을 통해서 미국과 일본의 기술의존도를 줄여나가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해서 저에게도 한국 기업과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시그널을 많이 보내주고 있는데 우리는 많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사드로 인해서도 많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쟤네를 어떻게 믿냐고 하고 있죠. 중국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실수한 것도 있고 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상태로 건전하게 윈-윈 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그런 측면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제대로 알게 된다면요. 오히려 우리 기업들, 기술력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시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호기로도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전진영: 오늘은 미중 무역전쟁 분석과 더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책을 마련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교수님께서 아주 좋은 분석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수근: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우수근 중국 산동대학교 객좌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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