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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취재파일] 선수단 감시에 월권까지… 프로야구 단장들의 ‘슈퍼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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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4년 프로야구는 롯데 구단의 선수단 불법 사찰 사실이 밝혀져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롯데는 원정 경기마다 숙소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선수들의 출입을 감시했던 것이 외부로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불법 사찰이 사회 문제로 번지자 이를 지시한 구단 대표를 비롯해 수뇌부는 총 사퇴했다.

야구 판을 뒤흔든 소용돌이가 지나갔는데도, 방법만 다를 뿐 선수단 감시는 여전히 은밀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찰의 정점은 팀의 책임자인 단장이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원정 숙소로 쓰는 호텔 직원에게 ‘술 먹고 밤 늦게 귀가하는 선수들을 체크해달라’, 구단 트레이너에게 ‘어떤 선수가 경기 전날 술을 마시는지 보고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린다.

수도권 B구단 단장과 운영팀장은 선수단 곳곳에 ‘내부자’를 두고 시시때때로 보고를 받는다. 감독이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구단 프론트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선수나 코치가 누군지, 더그아웃에서 떠드는 선수가 누군지 등을 내부자에게 확인한다. 내부자는 선수단 매니저부터 불펜 포수, 경기 기록원, 전력 분석관 등 구단 운영팀에 소속된 직원들이라 직속 상사인 단장과 팀장의 지시를 어길 수 없는 위치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생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상황에서 ‘감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는 인권 및 사생활 침해 소지가 크다. 선수들의 일탈을 막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인 부정 방지 교육뿐이다. 그 이후는 선수 개인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그들은 다 큰 성인이고 스스로의 몸값을 책임질 프로 선수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프론트 야구’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단장에게 선수단 운영의 모든 부분에 대한 권한과 결정권을 쥐어주고 있다. 또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나면서 선수들 훈련이나 경기 운영에 개입할 여지도 늘어났다.

실제 일부 단장은 트레이닝 파트에 ‘선수 재활 그만 시키고 실전에 투입해라’,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떻게 시켜라’, ‘러닝을 더 뛰게 하라’고 지시하며 월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선수의 수술 결정 여부도 트레이너가 아닌 단장의 비전문가적인 의견이 따라 결정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전근대적이고 강압적이며 독단적인 운영이 메이저리그식 프론트 야구는 아닐 것이다.

지방 구단 C관계자는 “프론트 경험이 전무한 선수 출신 지도자를 구단 고위직인 단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있다. 선수를 지도하는 것과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업무인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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