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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드라마=이야기"..안판석→한지민→정해인, '봄밤'으로 말할 본질(종합)[Oh!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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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OSEN 민경훈 기자] 20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안판석 감독(왼쪽부터), 배우 한지민과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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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결국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이야기죠. 드라마는 문학입니다". MBC 첫 밤 9시대 드라마라는 변화에 '봄밤' 측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정공법으로 응수한다.

20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라마다 호텔에서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의 제작발표회가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안판석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우 한지민, 정해인이 참석했다.

'봄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 분)과 따뜻하고 강직한 성품의 약사 오지호(정해인 분)가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의 김은 작가와 안판석 감독, 남자 주인공이었던 정해인이 다시 뭉친 데다가 최근 영화 '미쓰백'과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선방한 한지민이 함께 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과 동시에 '봄밤'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롭게도 '봄밤'이 밤 10시에서 9시대로 드라마 편성 변경을 공표한 MBC의 첫 9시 수목극인 데다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와 함께 송출되는 점 등으로 인해 시청률 면에서 초반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 이에 '봄밤' 제작발표회에서는 편성 변경과 넷플릭스 동시 방송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이 대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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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민경훈 기자]무대 위에서 안판석 PD와 배우 한지민, 정해인이 입장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rumi@osen.co.kr


이와 관련 안판석 감독은 "MBC에서 연락이 와서 '고맙다'면서 하게 됐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운을 뗐다. 특히 그는 "예전에 밤 10시 타임도 해보고 JTBC에서 11시 타임도 해봤는데 시간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10시든, 11시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도 밤 9시에 편성될 확률이 있다고 해서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 이상 답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도 사실 감독님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한 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오히려 타 방송사 드라마도 볼 수 있고 저희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에는 드라마를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에 시간대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한지민 역시 편성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저희가 출연을 결정할 때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한지민은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 대본을 현장에서 최대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제 역할"이라며 "진심을 담아서 연기한다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게 만들까'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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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민경훈 기자] 20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 라마다 호텔에서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무대 위에서 배우 정해인과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rumi@osen.co.kr


더불어 안판석 감독은 넷플릭스 동시 송출에 대해서도 "많이 팔리면 좋지"라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해외 판매를 노리고 뭔가를 더 하는 것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안판석 감독은 "드라마를 만들 때 새로운 이야기 하나 지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진짜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예쁜 누나'에 이어 '봄밤'으로 동일한 장르인 멜로를 선택한 것은 물론, 전작과 특별히 다른 차별성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정도라고.

안판석 감독은 "그냥 말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어떤 이야기가 '된다' 싶으면 그냥 한다.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만큼 말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작품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을 만들었을 때도 의학 드라마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 고사했으나 원작 소설을 읽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곧바로 연출을 수락했다는 그다.

이에 그는 "뭐 하나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썩은 밧줄이든, 제대로 된 밧줄이든 물고 늘어진다. 그 다음에 눈도 안 돌리고 한 회, 한 회 짜다 보면 겁이 난다. 시청률이 아니라 '스토리가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게 제일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1회를 짠 뒤에 2회를 고민하고, 2회까진 되는데 3회가 안 되면 어떡하나 고민하고, 이런 생각들밖에 없다.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나가던, 전 세계에 나가던 그런 전략들은 있으면 좋은데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다음 회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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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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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감독의 생각이 이런 만큼 '봄밤'의 결말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14회까지 대본이 나왔으나 아직 명확한 시놉시스도 구체화되지 않은 단계란다. 다만 남녀 주인공의 분량과 관련해 안판석 감독은 "'예쁜 누나' 때도 여자 주인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도 여자가 더 중요하다. 남녀 모두 개인적인 고통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들이 살기 힘들다. 원래 드라마는 살기 힘든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여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MBC의 편성 변경을 초래한 지상파 드라마의 전반적인 위기에 대해 "드라마는 문학의 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영화라는 매체, 카메라로 뭔가를 찍어주는 게 발달하면서 문학의 시대가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고 누군가가 말하고, 그 말이 시대 선언으로 들리고 멋있어 보이니 시민들도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한다. 자라는 아이들도 책을 읽지 않고 영화관에 간다. 그렇게 하면 좋은 감독, 좋은 배우, 좋은 작가가 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 한지민 등 '봄밤' 팀의 발언은 드라마의 본질을 부각했다. 결국 드라마란 어떤 열연, 영상 예술 그 이전에 사람의 진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이야기라는 것.

실제 안판석 감독이 연출하고 한지민과 정해인 등이 출연해 사랑받은 작품들은 어떤 시간대에 고정되지 않았다. '하얀거탑'은 주말 밤 10시대에 선보였고, '예쁜 누나'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대에 시청자를 만났다. 심지어 '눈이 부시게'는 월, 화요일 밤 9시 30분이라는 중간에 낀 시간대에도 호평받았다.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의 본령에 충실하겠다는 '봄밤' 측의 패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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