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연기하고 18차례 경찰 출석한 승리의 '승부수'…구속 여부 쟁점은?

버닝썬 폭행사건 171일만 승리·유인석 영장실질심사
성접대 알선·횡령이 구속 가를 핵심
군입대 연기·18차례 경찰 조사 출석…승리에게 유리
영장 발부 여부 이날 오후 중으로 나올 듯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들이 화를 좀 가라앉히고 냉정한 시선에서 판단해주시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승리, 조선일보 2019년 3월 23일자 인터뷰)

그룹 ‘빅뱅’ 출신 승리(29·본명 이승현)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승리와 동업자 유인석(34) 유리홀딩스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폐업)에서 김상교(28)씨가 클럽 관계자 등에게 폭행당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이른바 ‘버닝썬 사태’ 이후 171일만이다.

14일 오후 승리(왼쪽)와 유인석 전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시간30분가량의 심사를 마친 두 사람은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향했다. 구속여부는 이날 늦은 오후쯤 결정될 전망이다. 승리는 영장실질심사에도 성매매, 성(性)접대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8일 △성매매 △해외 투자자 상대 성매매 알선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서 승리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해왔고, 유 전 대표는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승리 구속 여부 핵심은 ‘횡령·성접대’
법조계에선 승리의 구속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성접대’와 ‘횡령’을 꼽았다. 특히 경찰이 승리와 유 전 대표의 횡령액을 합쳐 5억3000여만원으로 보고, 일반 횡령보다 가중 처벌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박모 변호사는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초범의 경우 구속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며 "횡령 등의 혐의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승리는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승리가 과거 운영했던 서울 강남의 라운지바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대표도 네모파트너즈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몽키뮤지엄과 관련해 공동 설립한 유리홀딩스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쓴 혐의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액 사용처를 특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승리 측은 "브랜드 사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승리가 호송차에 타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성접대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해외 투자자 상대 성매매 알선 혐의는 △2015년 클럽 아레나에서의 외국인 일행 접대 △2015년 일본인 사업가 일행과 크리스마스 파티 △2017년 필리핀 팔라완 승리 생일파티 등 크게 3건이다.

이중 경찰은 ‘2015년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일본인 사업가 일행이 묵은 호텔 숙박비 3000만원을 승리가 YG엔터테인먼트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당시 함께 묵은 여성 17명을 입건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 성접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본인 투자자 일행 중 7명의 성매수 사실도 확인했다. 유 전 대표도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성매매가 있었고, 이런 장소를 제공한 승리에게도 알선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승리 측은 "당일 술에 취해 일찍 귀가했고, 성매매 사실도 몰랐다"며 반박했다.

14일 승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입대 미루고 경찰 조사 18차례 출석해 ‘혐의 부인’…법조계,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승리 스스로 "국민역적이 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여론은 분노했지만,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가 중론(衆論)이었다.

특히 승리가 지난 2월부터 두달 넘게 이어진 18차례의 경찰조사에 성실히 참석했기 때문에 영장 발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군 입대를 미루는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승리에게 유리한 점이라는 평가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 변호사는 "혐의의 사실관계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면, 승리가 성실히 경찰 조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18차례나 조사하고도 혐의 입증이 안 된 만큼 향후 경찰 수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승리가 거듭 혐의를 부인해 온 만큼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공감의 박진호 변호사는 "성매수라는 추가 혐의가 나왔고, 승리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어 영장 발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판사 입장에선 당연히 신중하겠지만, 다른 관계자들이 하나둘 구속된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실히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만 영장에 적시했다"면서도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떤 예단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속 여부와 별개로 이번주 중으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과 관련된 법리 검토를 마치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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