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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대한체육회가 깨달아야할 소통과 단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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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약한 자들에게도 무기가 있다. 바로 소통과 단결의 힘이다.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늘 그렇듯 해결의 길이 보이며 나약한 사람들이 뜻과 의지를 모으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권력은 대중의 소통을 가로막고 결속력을 없애기 위해 ‘디바이드 앤 룰(divide & rule)’을 효과적인 통치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지방체육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비로소 꽉 막혔던 숨통을 트고 활기를 찾았다. 한국 체육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지방체육이 한마음으로 뭉쳐 소통하고 단결한 결과다. 애오라지 지방체육 스스로가 주체적인 각성을 통해 따낸 성과물이라 더욱 값지다.

필자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청회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소통과 단결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5개월간의 지루한 힘겨루기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섀도우 복싱’에 불과했으며 그동안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싸웠던 쟁점도 국회나 정부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짙은 공허함과 함께 허탈감마저 밀려왔다. 지방체육은 예산과 시설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정법인화 그리고 새로운 회장을 총회에서 추대 혹은 선출하도록 해달라는 두 가지 사항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위원장과 야당 간사이자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동섭 위원이 참석해 사실상 이 두 가지 사항을 수용하는 법개정을 약속함으로써 지금까지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강한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지방체육의 법정법인화가 필요하며 정부는 체육회를 체육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운영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지방체육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지난 5개월동안 한국 체육의 한축을 떠받치고 있는 지방체육이 과연 누구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싸웠는지가 궁금하다. 물론 정치권과 정부가 법개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단 한 번도 귀기울이지 않은 게 첫 번째 잘못이겠지만 대한체육회의 어정쩡한 스탠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공청회에서 국회와 정부는 법개정이후 예상되는 후폭풍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대한체육회는 지방체육이 요구하는 두 가지 쟁점사항을 모두 꺼리는 듯한 입장을 취해 오히려 ‘공적’으로 떠올랐다.

체육회는 공청회에서 “각 지역마다 생각이 다르며 체육의 다양한 주체들 또한 목소리가 다르다. 우선은 체육계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합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논리적 허점만 불거졌다. 17개 시·도체육회 중 3개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체육회가 새 회장 선출방식에서 선거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소수의 반대자를 위해 대다수가 찬성하는 방식을 꺼리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지방체육 관계자들은 공청회를 마친 뒤 “그동안 (국회와 정부에)많은 오해를 했다”면서 “공청회를 통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야할 대한체육회의 검은 속내가 드러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적어도 공청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별로 없다. 지방체육이 요구했던 두 가지 쟁점사항을 국회와 정부가 모두 수용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할 대상이 지방체육계가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대한체육회라는 사실은 이율배반의 극치다.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의 발판이 돼도 모자랄 판에 걸림돌이 돼버린 현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지방체육계가 소통과 단결의 힘으로 대한체육회를 꽁꽁 싸맨 허위와 가식의 가면을 벗겨내 파국은 피한 듯하다. 대한체육회가 더 이상 겉과 속이 다른 이중플레이를 중지하고 체육의 편에 서는 게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마무리짓는 유일한 해법이다. 약자들의 강력한 무기인 소통과 단결의 힘은 물처럼 무섭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사실을 대한체육회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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