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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재능 가리는 게으름…뛰지 않는 미드필더 포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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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간의 64% 걸어다니고 전력 질주 비율은 고작 0.36%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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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폴 포그바(사진)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포그바는 거리를 가리지 않고 공격수들에게 환상적인 롱패스를 날릴 줄 알고, 월드컵 결승이나 맨체스터 더비 같은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릴 줄도 안다. 크고 강한 육체와 창의성, 섬세한 기술, 페널티킥을 전담할 만한 담대함까지 겸비했다. 그에겐 마법의 순간을 연출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한편으론 그에게 ‘게으르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상대 공격수를 대충 마크하거나 수비 가담을 느리게 하다 골을 허용해 감독과 팬들을 열받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포그바는 게으르다’는 시각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데일리 메일과 미러 등 영국 언론들이 스카이 스포츠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포그바는 경기 시간의 64%를 걸어다녀 프리미어리그 중앙 미드필더 79명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깅 수준으로 뛴 게 22%, 조깅보다 약간 빠르게 뛴 게 7%, 빠른 속도로 뛴 게 2%였고, 전력 질주를 하는 스프린트 비율은 0.36%에 불과했다. 물론 단순히 많이 뛰지 않는 것만 갖고 문제라고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그바가 골(13골)과 도움(9개), 키패스(52개), 패스(1902개), 터치(2367개)에서 모두 맨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포그바 비판 프레임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통계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의 적절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런 숫자들에도 약간의 진실은 있다. 포그바는 올 시즌 2559분에 317.14㎞를 커버해 맨유에서 뛴 거리 1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출장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다. 필드 선수 중에서 포그바에 이어 가장 많이 뛴 린델로프도 2249분으로 포그바와 310분 차이가 난다.

토트넘의 중원사령관 에릭센과 비교하면 이 의미가 잘 드러난다. 에릭센은 238분 적은 2321분을 뛰면서도 포그바보다 22.49㎞ 많은 339.63㎞를 커버했다. 포그바(1m91)와 에릭센(1m82)의 키 차이에 따른 보폭의 크기를 감안하면 왜 포그바가 설렁설렁 뛰는 것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에버턴에 0-4로 대패했을 때 맨유는 에버턴보다 8.03㎞를 덜 뛰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많이 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준 대표적인 케이스다. 맨유의 리빌딩은 포그바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걸어다니는 포그바를 팔든지, 아니면 포그바를 신바람 나게 뛰게 만들든지.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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