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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뼈를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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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七단 / 黑 스웨 九단

〈제13보〉(181~192)=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심장파열 언덕' 구간쯤에 들어섰을까. 피로감과 긴장감, 상대를 향한 적개심, 자책감 등이 최고조에 오르며 극도로 혼란스러울 시간대다. 하지만 다른 일대일 종목들처럼 몸을 움직일 수도, 비명을 내지를 수도 없다. 처절한 전장에 달랑 두 대국자만 마주 보게 앉혀놓고 침묵 속에 사생결단시키는 바둑은 꽤 잔인한 종목이란 생각도 든다.

백이 △로 씌운 장면. 고립된 흑 ▲ 5점의 사활이 승부의 포인트로 떠올랐다. 참고 1도의 평범한 수단으로는 포위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181로 비틀어본 것. 백 △ 한 점에 대한 역포위도 노리는 호착이었다. 185 역시 비상수단. 참고 2도 1 이하로 사석 처리하는 수도 생각되지만, 8 이후 백이 A로 끊어 잡는 수가 생겨 곤란하다.

스웨는 여기서 비장한 결단을 내린다. 185 이하 189로 ▲ 5점을 끌고 나와 이 돌들의 생사에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 뜻대로 안 될 경우엔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의미다. "자네도 좌중앙 백 대마가 완생한 형태는 아니지 않으냐"고 묻고 있다. 192의 단수를 맞은 중앙 흑 대마의 생사는 과연 어찌 되나.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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