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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인터뷰] '왓칭' 강예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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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퀸'이요? 고생스러운 캐릭터 저도 그만하고 싶죠. 편하게 찍고 싶고, 누군가에게 묻어가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이게 제 팔자인가 싶기도 하고···. 하하하!"

배우 강예원(39)은 언제나 분투해왔다. 쓰나미가 휩쓴 부산 해운대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희미(영화 '해운대'), 몸에 폭탄을 달고 오토바이에 올라타게 된 걸그룹 아롬(영화 '퀵'), 살인마와 사랑에 빠지게 된 평범한 여자 은진(영화 '내 연애의 기억'),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이송된 수아(영화 '날, 보러와요'), 국가안보국 댓글요원으로 임시취업한 영실(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이르기까지. 강예원은 구르고 깨지는 이른바 '고생스러운 역'을 도맡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해왔다.
아주경제

영화 '왓칭'에서 영우 역을 맡은 배우 강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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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왓칭'(감독 김성기) 역시 강예원을 단단히 '고생' 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지하 주차장에서 납치당한 여자가 자신을 조여오는 감시를 피해 탈주하는 공포 스릴러이며 스너프필름(폭력, 살인, 강간 등을 담아 은밀히 소재로 해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현실 공포'를 안겨주었다.

극 중 강예원은 납치당한 여자 영우를 연기해 어김없이 달리고, 구르고, 깨지며 깊은 감정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다. 망설이거나 피할 법도 하건만 "이런 게 팔자인가 보다"하며 시원하게 웃는 얼굴에서 '스릴러 퀸'의 여유까지 엿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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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퀸'이라고 불리고 있다. '왓칭'은 어떤 점이 강예원의 마음을 흔들었나?
- 현실 공포라는 점과 작품이 가진 몰입도, 흡인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연쇄살인마가 아닌 데이트폭력이라는 소재가 '가까이에 있는 나쁜놈'이라는 인식을 주었다.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을 해한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쉽게 마음적으로 와닿았다. 거기에 CCTV나 공간이 주는 공포가 제 상상력으로 잘 그려지더라. 거기다 피해자가 여성이지만 어떻게든 살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여졌고 그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강예원이 상상한 대로 시나리오가 구현된 편이었나?
- 같은 점도 있고 다르게 그려진 점도 있다. 어차피 감독님의 의견에 따르는 거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감독님의 연출에 맡기는 편이다.

감정표현은 강예원의 몫도 컸을 텐데
- 영우는 워낙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고 감정이 점층적인 게 아니라 급격하게 커치니까. 이랬다, 저랬다 하는데 설득력 있어 보여야 하는게 어려웠다. 그만큼 신선하기도 했고.

극 중 영우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 조금 과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캐릭터의 감정선, 제작비 문제 등을 두고 결국 빨간 드레스로 결정 났다. 흰색 드레스를 입으면 피가 튀니까 장면 연결이 복잡해지지 않겠나. 감독님만의 개인적인 판타지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하고. 하하하. 그건 뭐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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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칭'에서 영우 역을 맡은 배우 강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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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가 직장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들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현실적'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많았다
- 별 건 아니었는데 저는 억지스러운 게 싫었다. 시나리오 속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있었는데 감독님께 '거기까지는 가지 말자' 과하지 않은 선에서 기분 나쁘게 일어날 수 있는 범위까지만 가자고 했다. 연기하면서 많이 이야기하고 다듬었다.

연기하면서 많이 제안하고 다듬는 편인가 보다
- 감독님을 피곤하게 만드는 편인 거 같다. 궁금한 건 잘 못 참는다.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 많이 묻고,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주변에 회사원 친구들에게도 인터뷰한 것이 있었나?
- 있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나 옷차림, 말투 등을 묻고 직접 공유했다. 별거 아니더라도 툭툭 나오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옷차림도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영우는 워킹맘이니까 이것저것 물건이 많이 들어가는 크기의 가방, 편한 칼단발 등 소품이나 외모적인 부분도 일일이 체크했다. 세세하게 변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에는 캐릭터 전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 너무 많은 비하인드를 두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설정, '나 같은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워킹맘이라는 설정만 깔아두려고 했다. CCTV를 확인하고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빌어도 보고, 울어도 보고 온갖 짓을 하다가 나중에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덤벼들지 않나. 아무리 겁나도 엎드리지 않겠다는 상황까지 처하는 감정에 도달하는데 그런 극한의 감정까지도 저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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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칭'에서 영우 역을 맡은 배우 강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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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들은 오히려 '즉흥적'이기 마련인데
- 시나리오대로 했다. 즉흥적이었던 건 '눈물'을 줄인 점이었다. 시나리오 속에서는 내내 우는 걸로만 나왔는데 눈물을 조금 줄였다.

이번 작품에는 액션이 많았는데
- 제가 달리기를 정말 잘하더라. 싸움도 잘 하는 편 같다. 제 장기를 '왓칭'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이렇게 잽싸구나' 하하하.

'날, 보러와요' '왓칭' 등은 스릴러이기 전에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 많은 기사를 접하고, 시사 프로그램 등을 접하며 대중들 역시 피로감을 느끼는데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함께 공분하지 않나. 문제라는 것을 분명 인식하고 있는 거다. 저 역시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거다. 영화로도 충분히.

어느덧 '중견배우'가 됐다. 스스로 중간결산을 해보자면
- 누군가 제게 '너 어떻게 살았니'라고 물어 본다면 '되게 열심히 잘살고 있구나' '토닥토닥' 하는 정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에너지가 변질하지 않았으면 하는 정도. 그거밖에는 없는 거 같다. 더 열심히 살거나, 덜 열심히 살아도 아닌 거 같고. 지금처럼만 살면 잘 사는 거 같다.
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최송희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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