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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누플레이 CEO' 에코브릿지 "5년새 환경 급변, 아티스트 출신 제작자 길 열려"[엔터비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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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에코브릿지(본명 이종명)에겐 또하나의 직함이 있다. 바로 CEO다. 그는 2015년 말 설립한 음악 콘텐츠회사 ‘누플레이’를 이끄는 제작자이기도 하다.

음악인이 제작자로 직접 나서는 사례가 갈 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에코브릿지를 만나 아티스트 출신 제작자의 강점, 가요 제작자로서 고민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티스트 겸 제작자인 에코브릿지 본인을 소개해 달라.
연주인으로는 1998년 유진박밴드 멤버로 처음 활동했다. 박정현, 바비킴 등의 공연 세션을 맡았고, 브라운아이드소울과도 함께 했다. 작곡가로는 2002년부터 활동했다. 가수로는 2006년 첫 앨범을 냈다.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2015년말 퍼블리싱 회사인 ‘누플레이’를 설립했고, 2016년 같은 이름으로 음악 레이블까지 설립했다.

‘에코브릿지’라는 활동명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환경 운동가는 아니다.(웃음) 이름을 지은 당시인 2006년엔 ‘에코’가 상당히 독특한 단어였다. 에코브릿지는 ‘생태 통로’라는 의미인데 동물의 로드킬을 막는, 자연을 위한 인공물을 뜻한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사람과 소리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각오였는데, ‘에코’라는 단어가 이후 여러 곳에서 너무 많이 쓰여 이름을 바꿀까 고민하다 시기를 놓쳤다.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로 안정적으로 활동하다가 회사 ‘누플레이’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 2013년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만든 무렵 약간의 슬럼프가 왔다. 2년간 곡을 안쓰는 상황이 됐다. 집에서만 작업하다가 환경을 바꿔야겠다 싶어 작업 공간을 새로 마련하고, 후배 작곡가들의 공간도 만들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창작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내 작업실에 오는 후배들이 점점 늘어났다. 매일 밥사고, 술사니 조금 부담이 되더라. 이럴 바에야 퍼블리싱 회사를 차려 작곡가, 작가들과 계약을 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작가들 중에서 플레이어로 재능을 보이는 친구들이 눈에 자꾸 보였는데, 제작까지 해주길 바라는 요구들이 있었고,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레이블을 설립했다.

-작곡가와 제작자는 요구되는 재능이 다를 것 같다.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제작을 하기 전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제작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 아티스트·작곡가 출신이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예전에도 컨텐츠의 완성도가 중요하긴 했지만 유통과정, 콘텐츠를 알리는 게 더 어려운 메카니즘이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우선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 디지털화 되고,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적은 비용,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홍보·마케팅을 하고,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게 가능하게 됐다. 체감상 최근 5년 사이 환경이 급변한 거 같다. 각종 SNS 채널이 서브 미디어였다가 요즘은 기존 메인 스트림의 영향력 이상을 발휘한다.

지금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강점이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제작 노하우 있는 선배들을 보면 내 갈 길이 아직 멀었다 싶다. 그런데 3년차가 되니 어느 정도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제작자로서 롤모델은.

지난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처음 제작을 시작하고 고민이 많을 때 JYP 박진영 프로듀서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잘될 수 있을까’ 물으니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에 더 신경을 써라’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세게 한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비지니스맨이 아닌데 제작을 한답시고 잘 못하는 부분에 올인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를 만든 목적 자체가, 환경이 바뀌었으니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거였는데 막상 내 자신이 음악을 안하고 있더라. 그래서 음악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윤종신 선배 같은 분을 봐도 제작을 하면서 음악도 부지런히 하지 않나.

아직은 제작 초보자라 제작자로서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처음 제작자로 나섰을 때는 90% 이상 시간을 제작자로 보냈는데 지금은 60~70%로 줄였다. 향후 20~30%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는 음악적 측면에 쏟고 싶다.

-‘누플레이’의 강점은.

강력한 작가풀을 갖추고 있다. 프로듀서, 작사·작곡가 등 활동하는 작가가 40여명에 이른다. 인적·환경적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음악을 하기 좋은 회사다.

음악·장르적 색깔이 뚜렷하진 않다. 굳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건 아닌데 기본적으로 싱어송라이터들이 주축이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오래할 수 있게 돕는 레이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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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로 에코브릿지만의 장점은.

펀딩을 못하진 않는데 더 잘해야 할 거 같다. 사회성이 뛰어나진 않은데 인복이 많다.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 사업이 이뤄질 수 없다. 인복이 많은 게 나의 장점 같다. 나는 원래 집에 틀어박혀 음악 작업만 하던 사람이라, 처음엔 일적으로 사람을 만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 나름 방법을 찾았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알게된 것 같다.

-현재 누플레이 소속 가수가 총 6팀이다.

우선 에코브릿지가 있다.(웃음) 나름 최고 음원 성적 1위도 기록해봤다.(웃음) 올해 새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내가 처음 제작한 가수는 ‘디미너’다. 나를 제작의 늪에 빠뜨린 친구다. 작가로 활동하다가 목소리가 좋고, 아까워서 데뷔를 시켰다. 국내에 보기 드문 R&B보컬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다. 첫 제작이었으니 무조건 잘 될 거 같았다. 그래서 2016년 미국에 데려가 송캠프도 열고, 뮤직비디오 3편도 찍고 돌아왔다. 두세번 활동하다가 출혈이 너무 커 잠시 쉬고 있다.(웃음) 올해 하반기 다시 나온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수로는 ‘이바다’가 있다. 힙합부터 서정적인 음악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음색이 독특하다.

용주는 SBS ‘더팬’에 출연하며 팬층을 확보했다. 올해 꾸준히 활동하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혼성듀오 ‘취미’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음원을 내고 있다. 하우스 음악을 하던 프로듀서와 발라드를 하던 아티스트의 조합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주형진은 20년 넘게 형동생으로 지내는 후배다. 정엽 형과 셋이서 함께 살다시피 했었다. 팝재즈 기반 싱어송라이터인데 아내가 우리 회사에서 일한다. 내가 결혼시켰다. 배우 강동원의 절친인데 함께 촬영한 여행 콘셉트 영상과 음원을 곧 공개할 계획이다.

-올해 누플레이의 목표는.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 발판 만드는게 올해 목표다. 수익, 매출이 나와야 가능하다. 함께 하는 이들이 음악의 재미는 느끼는데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못하다.(웃음) 다 함께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고,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제작자로서 매출, 수익 창출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거 같다.

엄청나다. 처음엔 잠을 못자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 아직 문제가 해결되진 않었는데 문제에 익숙해졌다. 둔감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맷집이 세졌다. 물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항상 어디서 자본을 끌어올지, 어떻게 수익을 낼지 고민한다.

monami153@sportsseoul.com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에코브릿지(이종명)가 22일 서울 서초구의 작업실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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