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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신인’ 성장 위한 ‘베테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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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5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내야 유망주였던 맷 더피는 백업 3루수였다. 앞선 해 시즌 막판 빅리그에 데뷔했다. 조금씩 자기 자리를 넓히고 있었다. 주전 3루수는 케이시 맥기히였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빅리그 복귀에 성공한 선수였다.

더피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마치 맥기히의 날개 밑에서 보호받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모든 것을 가르쳐줬다. 타석에서 대응법, 수비에서 위치선정과 상대타자의 스윙을 읽는 법 등을 꼼꼼하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왔다. 5월27일, 콜로라도 원정경기. 맥기히가 더피를 따로 불렀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이었다. 쿠어스 필드 한쪽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맥기히가 더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정말 중요한 거야. 절대로 이건 네 잘못이 아냐. 네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어. 내가 신인 때 선배가 떠나고 내가 주전이 됐을 때 한 달 동안 미안해했던 것 같아. 절대 너는 나 같은 실수를 하면 안돼. 단 1초도 미안해하지마. 네가 잘한 일이지, 절대 잘못한 일이 아니니까.”

맥기히는 그날 마이애미로 트레이드 됐다. 더피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가르쳐준 선배가 마지막까지 내 어깨에서 큰 짐을 덜어주고 떠났다”고 말했다.

더피는 그해 타율 0.295, 12홈런을 기록했고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1위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3위는 강정호(피츠버그)였다. 더피는 “이게 바로 샌프란시스코가 강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KBO리그는 일종의 세대교체기를 겪는 중이다. 한동안 리그를 중심에서 이끌던 1980년대 중후반 출생 선수들이 조금씩 물러나고 1990년대 중후반 출생 선수들이 빈 자리를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각 구단이 로스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베테랑과 신인들의 구성을 두고 잡음이 생겼다. 구단들은 ‘육성’에 집중한다. 올바른 길이 있을까.

한화는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어려운 경기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중 변수가 생기면 교체 자체가 어렵다. 한용덕 감독은 “외야에 구멍이 생기면 3루수 송광민을 투입할 계획”이라면서 “아무래도 베테랑들이 경험이 많고 노련하기 때문에 다른 상황, 어려운 상황에 적응을 잘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신인 노시환은 3루수, 변우혁은 1루수 고정이다. 한 감독은 “비상사태 때 노시환이 유격수를 볼 수는 있겠지만 신인 선수들은 가능하면 포지션을 고정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경기 전체를 살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옮겨다닌다면 잃는 게 더 많다는 판단이다.

‘새끼를 벼랑 밑으로 떨어뜨리는’ 스타일의 ‘강하게 키우기’는 자원이 넘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능하다. 가뜩이나 적은 숫자의 선수 풀 속에서 유망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정답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신인들의 성장에는 맥기히 같은 베테랑의 역할이 필수다. 나이와 경험을 완장 삼아 자리를 고집하지 않고, 제 편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수한다. 그게 강팀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게 먼저다. 뒷방으로 슬쩍 밀어내며 책임을 다하라는 훈계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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