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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인터뷰①] ‘루드윅’ 김소향 “진취적 여성 마리, 도전하는 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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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뮤지컬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로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 김소향. 제공ㅣ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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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39)처럼 ‘도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을 거다.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2011년 돌연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결국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의 ‘액터스 에쿼티’(미국 배우 조합)에 가입했다. 또 2017년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돼 아시아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김소향에게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지난 9일 막이 오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연출 추정화, 이하 ‘루드윅’)에서 김소향이 연기하는 마리다. 김소향은 지난 2018년 ‘루드윅’ 초연 무대에 마리로 올라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뒤 1년만에 재연 무대에 다시 섰다.

“‘루드윅’은 정말 열정적으로 만들었고 힘든 과정을 함께한 작품이라 애정이 커요. 무대에 처음 올리고 난 뒤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마리 캐릭터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기도 했어요. 이 공연이이 묻히면 안되겠다 싶어 초연 끝날 때쯤부터 재연 얘기를 하기 시작했죠. 바로 무대에 올릴 수도 있었으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정비해서 나오게 됐어요.”

뮤지컬 ‘루드윅’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존재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공연된다. 김소향은 “‘루드윅’은 인간은 스스로 자라는 것이지 자라게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잃었음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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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은 뮤지컬 `루드윅` 속 마리 캐릭터와 자신이 닮았다고 말했다. 제공ㅣ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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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이 ‘루드윅’에서 맡은 역할은 베토벤의 음악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당시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건축가에 도전하는 여주인공 마리다. 마리는 어린 소년 발터와 함께 베토벤을 찾아가 그에게 발터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달라 청한다.

김소향은 “마리는 실제 있는 인물이 아니라 허구의 인물이다. 베토벤을 크게 정신 차리게 해주고, 어떻게 보면 음악에 영감을 주고, 삶을 나아갈 수 있도록 채찍질해주는 밝고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마리의 시대는 여성에게 투표권도 없고 고등수학을 배울 수도 없는 제한적인 시대예요. 당시 시대에 마리 같은 가치관을 가지기 쉽지 않죠. 마리가 그런 시대에 살았음에도 나서서 싸우면서 쟁취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하는 건 쉽진 않았어요. 우린 당연히 누리고 사는 것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믿었던 건 분명히 깨어있는 여성이 있었을 거라는 거예요. 우리 시대에도 사실 아픔들이 있잖아요.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얼마 전에 읽었었어요. 알게 모르게 편견들이 많은 세상이잖아요. 지금도 가슴이 답답한데 그 시대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캐릭터를 이해하기 쉬웠어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마리는 김소향과 꼭 닮았다. 당시 여성들이 할 수 없었던 건축가에 도전하는 마리와,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미국 브로드웨이에 도전장을 낸 김소향은 닮은꼴 그 자체다.

“‘루드윅’ 대사에 ‘왜 그렇게 저돌적이야’, ‘당신 정말 제 정신이야’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2011년 미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이 ‘너 제정신이니’라고 말했죠. 어린 나이도 아니었고, 이뤄놓은 것을 다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게 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훨씬 많은 일이 펼쳐질 거라고 감히 단언은 하지 못했지만 상상하면서 갔으니까요. 놓쳐버린 세월에 대해 아쉬운 것도 있지만, 좋은 결과도 있었고 얻은 게 훨씬 많아요. 그런 면에서 마리와 저는 정말 닮았죠.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생각한 것을 당당히 말하는 것, 앞뒤 생각 안하고 충동적인 것, 그리고 열정적인 것이요. 다른 게 있다면 마리는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이과 저는 예술하는 사람이라는 점일까요.”

마지막으로 김소향은 ‘루드윅’을 봐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삶의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교육적인 얘기도 하죠. 그런데 그걸 아름다운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관객의 감성을 울릴 수 있게 해요. 인생에서 가장 내 삶이 밑바닥에 있을 때, 처절하고 비참할 때 희망을 얘기해요. 그래서 ‘루드윅’이 너무 매력 있는거 아닐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shiny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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