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아홉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5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해 내주 초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18일 "채권단 내부 논의를 거쳐 아시아나 지원 방안이 확정됐다"며 "3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를 채권단이 사주는 방식으로, 나머지 '2000억원+α(알파)'는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의 '스탠바이L/C 및 크레디트 라인(이하 스탠바이론)'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구채란 말 그대로 만기를 정해두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인데, 현행 회계 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들어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고, 추가 발행을 추진해 왔지만 회계감사 문제가 불거지고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발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채권단이 금호 측에 추가 지원할 자금은 스탠바이론이 될 전망이다. 스탠바이론은 당장 아시아나항공에 돈이 가는 것이 아니고, 채권과 이자 상환 과정에서 돈이 부족하면 채권단이 미리 약속한 한도에서 돈을 꿔주겠다는 약속이다. 월급쟁이가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비슷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 위기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자금을 언제라도 충분히 공급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자 상환 부담이 있는 채권보다는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안을 확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이달 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600억원 상환 부담을 덜게 됐다.
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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