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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요즘 투수들의 성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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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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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감독의 투수 성장 지론은 ‘투구수 3000개’였다. 14년 전 삼성 감독이 됐을 때 스프링캠프 동안 젊은 투수들은 훈련 투구로 3000개를 던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을 던져가면서 몸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구위와 제구를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투구수의 효율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던져보지 않고 저절로 좋은 투수가 되는 길은 없다.

시간이 흘렀고 환경이 바뀌었다. 기술의 발전은 투수 성장의 길을 조금 바꿔놓았다. 투수는 던지면서 성장하지만 더 이상 ‘느낌’과 ‘감’에 의존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이 옳고, 효과적인지 측정하는 기술 덕분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투수 트레버 바우어는 시즌이 끝나면 시애틀 인근의 창고 같은 시설에 처박힌다. 실내 훈련장이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 바우어는 마치 SF영화 속처럼 머리 이곳저곳에 전극이 달린 전선을 붙인다. 경두개직류자극술(tDCS)이라 불리는 시술이다. 전기를 흘려보내 뇌를 자극시킨다.

경두개직류자극술은 신경 반응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육군은 군사 목표 분석가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이 시술을 사용한다. 바우어가 경두개직류자극술을 사용하는 것은 “체인지업을 더욱 가다듬기 위해서”다. 손끝의 감각은 물론 몸 전체의 감각을 더 높이기 위한 장치다.

시애틀 인근의 창고는 ‘드라이브인 베이스볼’이라는 회사다. 여러 측정 장비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근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겨울마다 이곳을 찾는 바우어는 지난 시즌 12승6패, 평균자책 2.21을 기록했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뇌자극술만 쓰는 것은 아니다. 몸 관절 이곳저곳에 센서를 붙여서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입체적으로 체크한다. 관절이 움직이는 속도와 각도, 무게중심의 이동 등을 세밀하게 체크한다. 레이더 장치와 슈퍼슬로모션 카메라를 통해 공의 움직임에 대한 세부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통해 더 나은 투구 동작을 미세조정한다. 구속이 빨라지는 건, 공을 많이 던짐으로써 ‘감’을 찾은 게 아니라 세밀한 측정을 통해 자신의 힘을 최대로 쓸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더 이상 ‘구속’으로 자신의 투구를 평가하지 않는다. 회전수와 회전축,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을 통해 훈련과 경기의 성과를 평가한다. KBO리그 젊은 투수들도 비슷한 길을 밟는다. 더 이상 많이 던져가면서 부상과 성장 사이의 도박을 하지 않는다.

LG 정우영은 중2 때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포크볼을 버렸다.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공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투심을 택했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사이드암스로지만 키가 크다. 익스텐션이 길기 때문에 공을 보다 타자 가까운 쪽에서 놓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포심 그립을 쥐고도 손목을 꺾는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그립 조정이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연구 중이기도 하다.

삼성 최지광은 올시즌 WHIP(이닝당 출루 허용) 0.69를 기록 중인 삼성의 핵심 불펜이다. 매 경기 호투를 펼치지만 경기 결과로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는다. 최지광은 “경기가 끝난 뒤 회전수, 릴리스 포인트, 익스텐션 등 여러 숫자들을 확인한다. 안타를 맞았더라도 각종 숫자들이 좋으면 ‘잘 던졌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측정 기술의 발전은 세계관을 바꾼다. 투수들이 성장하는 길의 세계관도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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