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아시아나 즉시 매각 자구안…빚더미 국적기 재활 시동거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5일 금호 총수일가, 산은 회장 면담 뒤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자구안 제출

금호그룹 전체 흔들릴라 사실상 ‘백기투항’

금호산업 33.47% 경영권 지분 매각 의결

구주매각과 추가 유상증자로 자본확충 추진

산은 등 채권단 회의 관련절차 급물살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즉시 매각 결정을 담은 수정 자구안을 15일 제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빚더미에 앉은 아시아나 재기 지원책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아시아나 매각 이외에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데 채권단과 그룹 쪽이 의견 접근을 한 뒤 박삼구 전 회장 부자가 이동걸 산은 회장을 직접 면담해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산은은 보도자료를 내어 “오전에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아이디티(IDT) 사장이 이동걸 회장을 면담한 이후 매각 내용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며 “산은은 금호 쪽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여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아시아나 지분 33.47%를 보유한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어 매각 방침을 의결했다. 산은 관계자는 “수정 자구안은 채권단과 일정 부분 조율을 거쳐 나왔지만, 신규 자금 지원 규모나 방식, 인수·합병 방안 등은 탄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15일 중 채권단 회의를 열어 자구안 승인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재체결 등을 논의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공개한 금호 쪽 수정 자구안 내용을 보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보유 지분(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동시 추진해 아시아나 경영권 매각을 즉시 진행하고 채권단에 5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게 핵심이다. 또 총수 일가가 보유한 그룹 지주사격인 금호고속의 지분 전량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33.47% 등도 아시아나 매각과 정상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고속의 대주주 일가 보유 지분 거의 대부분은 물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보유지분 전량은 현재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대출로 산은 등 채권단과 제2금융권에 각각 담보로 잡힌 처지다. 결국 박삼구 전 회장은 아시아나가 부실화하면 나머지 계열사도 흔들릴 것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대부분(42.7%)은 금호타이어 대출에 담보로 묶여 있는데 새 주인이 된 더블스타와의 계약 때문에 앞으로 4년 내 대출 상환 가능성이 없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33.47%)도 제2금융권 주식담보대출에 이미 묶여 있는 상태”라며 “금호타이어 대출 담보 해지 시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거나 이미 담보가 들어간 아시아나 지분을 후순위 담보로 채권단에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실질적 효용은 없으나 아시아나를 살려야 금호그룹도 산다는 ‘백기투항’ 정도의 의미로 읽힌다”고 짚었다.

금호그룹은 매각 진행에 ‘몽니’를 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채권단이 요구한 여러 안전장치도 자구안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시아나 매각 가치 유지를 위해 인수자가 따로 요청할 경우를 제외하고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별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수·합병이 잘 안 풀려서 채권단이 나서야 할 때를 대비해 구주(금호산업 보유 지분) 처분에 대한 공동매도요구권(Drag-along)도 명시하고, 아시아나 상표권 이전도 약속했다. 앞서 산은 등 채권단이 중국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할 때 회사 인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 상표권’을 지렛대로 사실상 매각 방해 논란을 일으켰던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수익성 개선을 위한 항공기 운용 규모 축소와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생산성 제고 계획과 아울러 인수합병이 끝날 때까지 아시아나 경영은 현 한창수 아시아나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 등의 내용도 자구안에 담겼다.

앞으로 아시아나 새 인수자는 금호산업 보유 기존 주식을 사들이는 동시에 새로 유상증자를 해서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1조1천억원 자본에 7조1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는 1분기 이후 운용리스 금액인 2조9천억원 상당도 부채로 산정될 예정이어서, 시장에선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인수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금호그룹 쪽은 “아시아나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한 결과 매각이 그룹과 아시아나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 아시아나의 미래발전과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생각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세라 신민정 기자 seraj@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