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박삼구 자구계획 수용거부...아시아나 미로에

"사재출연·유상증자 방안 빠져"

아시아나 매각 권한 이양 압박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가 3년 내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구안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수용을 거부했다. 자구안에 박 회장의 사재출연과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안 등이 빠져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에 조건없는 위임을 요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자인 산은은 11일 금호그룹이 전날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채권단을 설득하려면 그룹이 다시 자구안을 마련해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전날 소집한 채권단회의에 참석한 9개 은행은 금호그룹 측의 요청대로 채권단이 5,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앞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담보로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힌 금호고속의 지분(4.28%) 가치는 그룹이 빌려달라고 요구한 5,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시아나항공을 3년 후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진정성 있는 자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박 전 회장이 결단하라는 압박이다. 산은의 이 같은 입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날 오전 박 전 회장의 자구안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에 그동안에는 시간이 없었느냐”며 “어떻게 보면 30년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유동성 압박에 처한) 이 상황에서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채권단이) 판단해볼 것”이라고 말한 직후 나왔다. “(자구안에)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넣었다”는 금호그룹 측과 상당한 온도차가 있어 접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이 자구안을 거부한 데 대해 “(채권단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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