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3년내 못박았지만 산은 등 "임의대로 처리" 주장
수익성 개선 위한 노선 정리·생산성 향상·조직 등 개편도
채권단 조만간 회의 열고 자구안 수용 여부 결론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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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10일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 계획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결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2일 회계감사법인의 ‘한정의견’ 제시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진앙지인 동시에 박삼구 전 회장이 가장 ‘애착’을 보인 계열사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실현 여부를 놓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렸던 이유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를 박 전 회장이 쉽게 포기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말 그룹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10년간 사재를 모두 출연했다. 그런 박 전 회장에게 금융당국과 산은은 연일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하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우회적으로 압박했고 결국 백기 투항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룹 측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전제 조건으로 ‘3년간 경영 정상화 평가 후 목표 미이행 시’라는 단서를 달면서 최종 자구안 마련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금호가 이날 내놓은 자구안은 △대주주 사재 출연 △아시아나항공 매각 △수익성 개선 노력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대주주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는 박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를 담보로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박 전 회장 및 일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67.6%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의 공익재단인 금호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하면 박 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은 약 57%다.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대부분인 52.1%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박 전 회장 부자의 보유 지분은 현재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002990)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산은의 담보로 묶여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8.14%)을 산은 동의 하에 매각했다. 대신 당시 아들과 함께 보유했던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 지분 40%를 대체 담보로 제공했다. 2017년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더블스타로 매각됐지만 산은은 박 회장 부자에 대한 담보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그룹이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 지분은 아직 담보로 잡혀 있지 않은 아내와 딸의 보유 지분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고속은 비상장사여서 지분의 시장가치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내놓은 것은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모든 지분을 채권단에 위임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구안 통과의 관건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개인 대주주와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도 3년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일단 이날 제출한 자구안을 바탕으로 산은과 MOU를 맺고 그 약정에 따라 향후 3년간 경영 정상화 여부를 평가받고 자구안 목표가 미달되면 그때 가서 매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룹 측은 그러면서 산은 측에 신규자금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 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의사가 정말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다. 신규자금 5,000억원을 먼저 지원받고 시장성 차입금에 대한 디폴트 위기만 넘기면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매년 5,000억원 이상을 영업활동을 통해 버는 회사”라며 “감사의견 한정 이후 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시장성 차입의 디폴트 우려가 커져서 그렇지 냉정하게 보면 약 5,000억원 정도의 자금 파이프라인만 연결되면 자체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 상환 등 시장성 차입과 관련한 유동성 위기는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만 상향되면 자동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채권단에서는 그룹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를 미끼로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산은은 이날 오후 긴급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고 그룹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SC제일은행·농협은행·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마다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금액과 대출 구조가 달라 의견을 통일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산은은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금융권 및 시장성 차입액이 4,000억원 이상인 만큼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낼 방침이다. 관건은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그룹과 임의 처분을 원하는 채권단이 어느 선에서 매각 시기를 정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생각이 있다면 굳이 3년이라는 단서를 달았겠느냐”면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적어도 분기나 반기 단위로 경영 정상화 이행 여부를 평가하며 매각을 압박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짜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제시한 만큼 채권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게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채권단 지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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