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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Re: 주주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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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식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났다. 어김없이 3월 마지막 주는 하루걸러 하루가 '슈퍼 주총데이'였고 주식회사 대부분은 2018년 한 해 일해서 번 돈과 배당금의 보고, 새로 일할 최고 경영진의 선임 및 급여를 수분, 수십 분 만에 결정했다.


형식적 의례에 불과했던 주총에 변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물러났다. 조 회장은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경영권에 제한을 받은 첫 번째 '오너'가 됐다. 일가의 '갑질'과 각종 비위 의혹이 국민의 공분으로 이어지며 무수한 퇴진 요구가 있었으나 모르쇠로 버틴 조 회장은 의례인 줄로만 알았던 주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파였을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 다음 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2개 계열사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또 한 명의 오너가 주총을 하루 앞두고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범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경제 권력을 넘어선 '주주혁명'이라 평했다.


일단 의미는 크다. 이미 주주 자본주의의 시스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 대안을 두고 1930년대부터 열띤 논쟁을 해온 유럽, 영국, 미국 등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식회사가 보편화된 이후 처음으로 제도의 원형(原形)을 경험했다는 점에서다.


주주 자본주의는 여전히 영미식 관점의 시장을 중심에 두면 주류에 속하지만 대기업과 재벌을 중심에 두면 그렇지 않다. 마치 정부가 금융과 산업에 대해서는 영미식 모델을, 노동과 복지에 대해서는 유럽식 모델을 지향하는 반면 기업은 금융과 산업에 대해서는 한국식 모델을, 노동과 복지에 대해서는 영미식 모델을 고집하는 식이다. 방치해온 오래된 분열이다.


첫걸음은 시스템을 받치고 있는 '룰(rule)'에 대한 재조명이 돼야 한다. 이 룰을 기초로 궁극적으로 프리드먼(Friedman) 식이든, 케인스(Keynes) 식이든, 한국식이든 시스템과 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이어져야 한다. 균형 잡힌 논쟁과 지혜가 필요하다.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을 할 때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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