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빚 경영·형제의 난·미투…고개 숙인 ‘오너리스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 결정타

자금 없어 계열사들 워크아웃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4)이 건설, 항공 등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가며 확장 경영을 펴다 결국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일부 여승무원들이 박 회장을 위해 성희롱에 가까운 환영행사를 강요당했다고 고백하면서 ‘기쁨조’ 논란에 휘말리는 등 ‘오너 리스크’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1945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씨의 5남3녀 중 3남이다. 박 회장은 아버지가 택시 두 대로 일으킨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 1967년 입사했으며, 1980년 당시 나이 35세에 금호실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으며 2002년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에 이어 금호아시아나 회장직을 맡았다. 형제들끼리 ‘65세’까지 경영하고 물려주던 관례를 깨고 박 회장은 계속 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성공한 인수·합병’으로 한때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지만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는 금호아시아나가 현재 어려움에 처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둔화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떨어졌고 그룹 전체가 휘청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느라 무리했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도 ‘자율협약’이라는 이름의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빚을 갚으러 출근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그룹마저 쪼개졌다. 박찬구 회장을 2009년 해임하고 본인 또한 명예회장으로 한 발 물러났지만 2010년 채권단 요구로 다시 경영 최일선에 복귀했다.

박 회장은 복귀 직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를 팔았고, 2011년 대한통운까지 매각해야 했다. 금호타이어도 자금난에 빠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2015년엔 금호석유화학그룹과 완전히 계열분리했다.

박 회장을 둘러싸고 사회적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투자유치를 받으려고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교체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고, 기내식 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경영 경험이 전무한 딸 박세진씨(41)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시켜 논란이 일자 “여성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예쁘게 봐달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박 회장은 2009년 그룹이 구조조정 위기에 빠진 이후 동분서주하며 재건의 꿈을 키워왔지만 결국 누적된 리스크에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퇴진하게 됐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