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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①]'로망' 이순재 "치매연기, 디테일 표현에 많은 공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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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배우 이순재 /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제공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이순재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진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로망’(감독 이창근)에는 묵직한 울림이 가득 차 있다. 결혼 45년차, 몸도 마음도 닳아진 부부가 매일 기억이 흐릿해지는 치매에 걸리며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모습은 여느 가족영화와 그 맥락을 같이 하지만, 그럼에도 ‘로망’은 꽤 묵직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까칠한 75세 조남봉(이순재)의 마음도, 힘들어하는 71세 이매자(정영숙)의 마음도, 답답해하는 아들 조진수(조한철) 마음도, 이런 시부모를 둔 며느리 김정희(배해선)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간다.

그렇게 ‘로망’은 단순히 치매 노부부의 상황을 ‘설정’으로만 이용하지 않고, 주변의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한다. 평생 희생하며 산 아내와 이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남편과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들, 그리고 철부지 남편을 옆에서 지켜야하는 며느리까지. 모두의 마음이 이해가 가니 치매에 대한 아픔과 슬픔도 더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노부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나가는 영화 ‘로망’이다.

21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영화 ‘로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자들을 만난 배우 이순재는 이번 작품에서 치매 노인의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해 “내가 연극 때 작년에 한 게 다 치매연극이었다”며 “‘사랑해요 당신’도 마누라 치매 걸린 얘기고 장수 상회는 내가 치매 걸린 얘기다. 치매 작품을 많이 했는데 치매 연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은 걸렸다 빠졌다 경증이라서 디테일을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순재는 “연극에서는 큰 덩어리로 하니깐 괜찮은데 영상에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하다. 치매 연기를 잘못하면 정식박약이 된다. 그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걸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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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 /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만 83세라는 나이. 하지만 여전히 이순재는 탁월한 암기력으로 대본을 외우고 연극을 진행한다. 이런 이순재가 ‘젊은 연기’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순재는 “우리의 가장 필요한 것이 암기력이다. 암기력이 가장 근본이다”라며 “그 기능이 쇠퇴하면 물러나야 한다. 본인 스스로가 자각증세가 올거다. 옛날하고 지금과 차이가 많다. 진구 이친구들 보니깐 암기력이 탁월하더라. 그만큼 두뇌회전이 상당히 향상됐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얘기했다.

덧붙여 이순재는 “과거 드라마를 찍을 때는 편집이 안 되는 녹화를 했었다. 결정적인 NG는 처음부터 다시 따야한다. 지금은 작가를 촬영에서 볼 수 없지만 그때는 연출 옆에 작가 선생이 앉아 있었다. 여차하면 쫓겨난다. 그게 과거 작가들의 작품성이다. 그때는 최소한 대본이 일주일 열흘 전에 나와서 일주일 이상 연습하고 슛에 들어갔다. 녹화 단계에도 초기에는 그랬다”고 왜 암기력을 연기의 근본으로 두게 됐는지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암기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 특히 이순재는 이번 영화의 소재가 된 ‘치매’에 대해 “우리 나이는 (치매에) 가까이 와있는 조건이다. 늘 위기심을 느낀다”고 얘기하며 “그래서 계속해서 암기테스트를 해본다”고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탁월한 암기력과 이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지금도 누구보다 뛰어난 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순재. 과연 또 앞으로의 작품에서 그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을 찾아올까. 이에 대해 이순재는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베니스의 상인’ 속 샤일로”라며 “그런 역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해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팝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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