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완벽한 인생작 '눈이 부시게'..김혜자부터 역사조명까지 "남달랐다"[SS드라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또 하나의 가슴 벅찬 명품 드라마가 완성됐다.

19일 최종회를 방송, 총12회로 드라마를 완결한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표방하며 지난달 11일 방송을 시작했다. 25살 김혜자(한지민 분)가 아버지의 차 사고를 막기 위해 어린 시절 손에 넣은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로 시간을 되돌렸다가 그 대가로 70세 노인의 얼굴(김혜자 분)이 된다는 이야기는 여지없는 판타지 드라마였다.

그러나 ‘눈이 부시게’는 그동안 많이 다뤄져온 단순한 타임루프 드라마가 아니었다. 얼굴은 70세이지만 감성은 25세인 김혜자의 이야기는 소소한 듯 가슴을 울리는 ‘눈이 부시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고 눈부신 순간으로 일깨워주는 힐링 드라마가 됐다. 특히 ‘국민배우’ 김혜자부터 한지민이 흡입력 있는 연기를 펼친 것은 물론 남주혁, 손호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배우들이 따뜻한 공감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호연을 해 가능했다.

그런 ‘눈이 부시게’가 종영을 2주 앞둔 상황에서 김혜자가 사실은 알츠하이머로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치매로 인한 것들이라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젊은 시절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현실에 투영돼 보였던 것이라는 이야기는 ‘눈이 부시게’가 시간이동 판타지 드라마라고만 믿었던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치매 가족의 애잔한 이야기와 장성한 자식들과 진솔하게 나누는 어머니들의 대화는 많은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마지막회에서는 김혜자와 아들 대상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고, 김혜자가 다리가 성치 않은 아들이 넘어지지 않게 눈이 올 때면 항상 눈을 쓸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들 대상(안내상 분)의 오열이 다시금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럼에도 ‘눈이 부시게’는 황혼의 아스라함을 표현할 뿐이지 치매의 절망스러움과는 결이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로 훈훈하게 드라마를 매듭지으며 팬들을 흡족하게 했다. 혜자가 남편 이준하(남주혁 분)과 함께 행복하던 젊은 시절의 기억 속에 살게 된 모습으로 드라마를 끝맺음하면서 지친 삶을 위로하는 내레이션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라고 한 김혜자는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한 김혜자는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이렇듯 인생 돌아보게 하는 ‘눈이 부시게’였는데, 드라마는 남자주인공 이준하의 캐릭터를 통해 한국근현대사까지 조명하게 해 많은 팬들로 하여금 “역시 명작”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혜자의 남편 준하가 군사정권 시절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실종된 설정의 이야기에 많은 팬들은 과거 의문사 한 언론인이자 민주화운동가였던 고(故) 장준하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을 했던 것. 거기다가 민주화운동을 했던 배우로 알려진 안내상과 우현도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그런 추축들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에 ‘눈이 부시게’의 제작진은 “순수 창작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 시대의 젊은이 준하가 그런 인물이 됐다. 다른 실제의 인물을 놓고 그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팬들은 캐릭터를 통해 짧지만 강렬하게 역사까지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의 남다른 깊이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한 시청자는 “평소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데 남주혁 캐릭터가 장준하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에 궁금해서 찾아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아름답고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된 ‘눈이 부시게’는 오래도록 곱씹을 완벽한 명품 드라마가 됐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9.7%, 수도권 기준 12.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ch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