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룬 영화 두 편 개봉 앞둬
영화 ‘악질경찰’(위 사진)과 ‘생일’은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만에 상업영화의 소재로 다뤄진 첫 사례다. 참사 원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나 분노보다 세월호를 스토리의 일부로 다루거나 관찰자의 태도로 조심스럽게 접근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NEW |
다음 달 16일이면 5주년을 맞는 세월호 참사. 그 상처를 다룬 상업영화 ‘생일’과 ‘악질경찰’이 연달아 개봉한다. 2016년 ‘업사이드 다운’(2016년) 등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여러 편 있었지만, 상업영화란 틀 안에서 세월호가 소재로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전 작품들이 사건 자체에 집중했다면, 새로 선보이는 2편은 당시의 참사를 다른 사건의 연결고리로 등장시키거나 참사 뒤 남은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2010년 ‘아저씨’로 흥행에 성공한 이정범 감독 작품이다. 세월호를 매개로 주제의식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의 부패한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소녀 장미나(전소니)와 얽히며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영화는 세월호의 간접적 피해자인 소녀와 부패한 기업, 검경의 견고한 카르텔을 대비시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풀어낸다. 주연을 맡은 이선균은 이 영화를 “어른들이 각성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월호를 화두로 어른들의 악행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좀 더 본격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를 잃은 부모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이 수호의 생일에 지인들과 모여 추억을 되짚는다는 게 큰 줄거리. 이창동 감독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생일’은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신파를 걷어내고 가족을 잃고 남은 이들의 일상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수호의 여동생은 소풍을 가서도 갯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엄마는 철마다 아들 옷을 꺼내 놓으며 자식을 보내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감정을 터뜨리기보다는 꾹꾹 눌러 담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꼭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안타깝게 피붙이를 잃은 가족의 황망함이 살아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유가족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국민적 트라우마였던 세월호 참사가 상업영화라는 형식을 띠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두 감독 모두 제작 과정에 진정성을 담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이정범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은 2015년에 완료했지만 캐스팅과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종언 감독 역시 “제작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생겨날까 조심스러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관객들이 세월호를 이제 상업영화의 소재로 마주할 준비가 됐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악질경찰’의 경우 부패 경찰이 좌충우돌하며 거대악과 싸우는 과정이 세월호란 소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10대 소녀 미나에 대한 폭력과 희롱의 노골적 묘사나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일’은 주연 조연 모두 감정을 쏟아낸 하이라이트 부분인 수호의 생일 겸 추모 장면이 가져다주는 울림이 관객에게 얼마만큼의 치유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에 섣부른 신파나 분노가 아니라 애도의 형식을 갖춘 영화가 됐다. 상업영화를 통해 한국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는 첫 시도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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