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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하원, ‘노딜’도 거부…브렉시트 연기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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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차 부결시킨 데 이어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브렉시트)’도 거부했다. 당초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노딜 브렉시트 관련 정부 결의안과 의원 수정안에 관한 표결을 진행했다.

하원은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캐럴라인 스펠맨,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을 찬성 312표, 반대 308표로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어떤 상황에서도 합의 없는 브렉시트는 거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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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 의원들이 2019년 3월 13일 오후 의사당에서 ‘노딜 브렉시트’ 결정 여부에 관한 투표를 하고 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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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올해 1월에 이어 또다시 부결시킨 바 있다.

이제 남은 건 당장 14일 진행될 브렉시트 시점 연기에 관한 투표다. 메이 총리는 이날 표결 이후 유럽연합(EU) 탈퇴 시점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14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 있는 선택지는 이전과 같다"며 "영국과 EU의 법률적인 기본은 어떤 것이 거래되지 않는 이상 영국은 합의 없이 떠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BBC에 따르면, 이날 하원 표결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고 정치적 구속력만 있다. 만약 하원이 14일 연기안을 거부하면 당초 정해진대로 이달 29일 브렉시트가 이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은 아무런 조건 없이 EU를 떠나게 된다.

메이 총리는 "이제 이 하원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또다시 표결에 부칠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앞으로 수일 안에 합의안을 지지한다면 정부는 브렉시트의 짧은 연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EU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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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2019년 3월 13일 치러진 투표에서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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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만일 하원이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으면 브렉시트 연장 시점은 길어질 것이고,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올바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하원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원은 브렉시트 연기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투표 후 "지금 브렉시트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원은 이제 브렉시트 절차를 통제해야 한다"며 노동당은 하원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안을 찾기 위해 정당 간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원 의원들은 영국이 직면한 위기와 영국 국민의 깊은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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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2019년 3월 13일 영국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표결 이후 말하고 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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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거부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의 합의안은 이미 하원에서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며 "그는 더 이상 지도자로서 능력이 없다"고 맹공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EU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메이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브렉시트 합의안의 쟁점이었던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에 대해 막판 재합의를 이뤘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행 후에도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내용으로,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EU가 이 백스톱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융커 위원장도 "세 번째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EU 대변인은 이날 하원 표결 이후 "EU를 떠날 수 있는 방법은 합의안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가지 뿐"이라며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서는 이를 반대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합의안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메이 총리와 협의안을 작성했고, EU는 그것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협의안이 있는 브렉시트와 노딜 브렉시트 모두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14일 하원이 브렉시트 연기안을 수용하면 영국 정부는 EU에 브렉시트 시점 연기를 요청하고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EU는 5월 24~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브렉시트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 시점을 2~3개월 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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