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예산 문제로 재촬영 어려워"…오달수 등 출연작 개봉에 영향 미칠 듯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성추행 사실을 고백하며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최일화씨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연으로 참여한 영화 '어쩌다 결혼'이 오는 27일에 개봉한다. 최씨의 과거 잘못이 밝혀져 상영을 두 차례 미뤄오다가 18일 시사회를 가졌다.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예산 문제로 재촬영이 어려웠다"고 했다. "최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에 휩싸이기 전 촬영한 저예산 영화"라며 "최씨의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 편집하지 못했다. 한 수 있는 선까지 최씨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어쩌다 결혼의 순 제작비는 4억원. 재촬영을 위해 스태프와 출연진을 다시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BA엔터테인먼트는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재촬영을 하려면 제작비의 25% 정도를 다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박수진, 박호찬 감독은 물론 많은 신인 배우들이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동참해준 분들을 위해 더는 개봉을 연기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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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지난해 2월 잇단 성범죄 폭로에 잘못을 인정했다. "수년 전 연극 작업을 하다가 성추문에 휩싸였다"면서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등을 내려놓았다. 어쩌다 결혼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측은 그가 출연한 분량을 삭제하고 김명곤씨를 섭외해 재촬영했다.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 미투 논란에 휩싸인 오달수씨의 분량 또한 모두 삭제하고 조한철씨를 섭외했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재촬영을 강행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실제로 오씨가 출연한 영화 '이웃사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등은 1년 넘게 발이 묶여 있다. 충무로가 어쩌다 결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한 대형 제작사 관계자는 "수많은 스태프와 출연진이 합작한 영화를 논란이 된 배우의 모든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 개봉이 해당 배우의 복귀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제작사 또한 많은 이들의 피땀이 사장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BA엔터테인먼트의 빠른 양해와 사과가 좋은 예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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