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시즌을 시작한 이정은6가 파나소닉코리아와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제공 | 브라보앤뉴 |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전을 ‘톱10’으로 장식한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의 호성적은 특유의 강한 정신력이 한몫했다. 한국 무대를 지배할 때부터 수식어처럼 따라붙은 ‘킬러 멘털’이 미국 무대에서도 통하면서 초반 이정은 태풍을 기대하게 했다.
이정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플레이였다.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한 다른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은 건 “이정은이 장타나 퍼팅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경기에서 졌다”는 것이었다. 즉 눈에 띄는 샷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르게 샷을 잘하고 주요 고비에서 한 방을 지닌 게 이정은의 최대 강점이다. 이게 곧 경기를 지배하는 ‘킬러 멘털’이다. 은퇴한 골프 여제 박세리도 이정은에 대해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한 선수”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이정은의 킬러 멘털을 두고 성장 과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정은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떠안으며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휠체어에 의지한 아버지는 차량을 개조해 골프의 길을 걷게 된 딸을 늘 훈련장과 경기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뒷바라지했다. 당시 가정 형편도 어려웠는데 어머니는 여러 악조건에도 “너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정은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배려 속에서 오로지 골프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국에서 스타가 됐음에도 부모는 미국행을 권유하면서 딸의 제2 인생을 응원했다.
LPGA 도전을 앞두고 국내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한 그는 미국 무대를 앞두고 과거 유선영을 도운 20년 경력의 애덤 우드워드(호주)를 전담 코치로 뒀다. 여기에 피겨 스타 차준환 등을 맡았던 멘털 코치 정그린 씨와 리디아 고를 지도한 피지컬트레이너 다이스케 사이토 등을 자신의 전담팀으로 꾸리기도 했다. 안정적인 지원 사격 속에서 이정은은 자기 자신과 싸움에서 두 번 이겼다. LPGA Q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주목받은 그는 엄청난 관심 속에서 데뷔전에 나섰다. 하지만 1라운드 이븐파, 2라운드에서 노 보기로 3타를 줄이더니,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면서 한때 공동 3위까지 도약했다. 우승 경쟁에 포함되면서 또 한 번 부담이 컸다. 최종 라운드 초반 흔들렸다. 8번홀까지 보기만 2개를 기록했다. 이정은은 “최종라운드 당일 아침에 피로 때문인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며 “전지훈련 때 나오던 미스샷이 최종전에서도 나왔는데 체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9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그는 파 5홀인 10번홀과 12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17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를 기록한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m 파 퍼트를 성공하면서 톱10으로 데뷔전을 끝냈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정은표 킬러 멘털이 빛을 발휘했다.
흔들림 없는 고른 샷은 수치로도 증명이 됐다. 호주 오픈 그린적중률은 81.8%(59/72)로 지난해 LPGA 투어 상위 10걸의 최소값(73%)보다 높았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승한 미국의 넬리 코르다가 80.6%(58/72), 준우승한 고진영이 86.1(62/7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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