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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배울 기회’ 얻는 이강인, 경험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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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보는 것’도 배움이다. 이강인(18·발렌시아)은 2월 들어 누 캄프, 셀틱 파크, 메스테야의 터치라인 밖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펼치는 축구경기를 지켜봤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필리페 쿠티뉴, 이반 라키티치, 헤라르드 피케, 아르투르 비달 등이 이강인의 눈앞에서 뛰어다녔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창단 이래 최연소 데뷔한 외국인선수다. 코파 델 레이, 라 리가를 모두 경험했다. 그보다 빨리 유럽 5대 리그에 데뷔한 한국인도 없었다. 그가 세울 각종 기록은 한국축구의 역사이자 발렌시아의 역사이다.
매일경제

이강인은 1군 선수로 등록된 후 공식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선수단과 동행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지난달에는 정식 1군 선수로 계약까지 맺었다. 등번호는 34번에서 16번으로 변경됐다. 거액의 바이아웃 조항까지 추가됐다. 금지옥엽 길러온 이강인에 거는 발렌시아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강인을 볼 수 없게 됐다. B팀에서 A팀으로 정식 승격했으나 출전 기회는 사라졌다. 2월 들어 펼쳐진 5경기에서 이강인은 1초도 뛰지 못했다.

기록만 살펴보면, 암담할 수 있다. 발렌시아는 5경기에 총 23명의 선수를 출전 명단에 한 번이라도 올렸다. 이강인은 라 리가 바르셀로나전 및 에스파뇰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셀틱전 등 3경기에 포함됐다.

23명 중 이강인처럼 한 경기도 못 뛴 선수는 수비수 알렉스 센텔레스, 1명이다. 센텔레스는 B팀 소속이다. 주요 선수가 빠졌던 셀틱 원정길에만 동행했다. 즉, 발렌시아 1군 등록 선수 중 이강인만 못 뛴 셈이다.

발렌시아의 기본 포메이션은 4-4-2다. 이강인은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는데 부상자의 복귀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 포지션에는 데니스 체리셰프, 다니엘 바스, 카를로스 솔레르 등이 중용되고 있다. 곤살로 게데스는 2경기 연속 조커로 뛰었다.

발렌시아는 올 시즌 세 개 대회를 치르고 있다. 타이트한 일정은 로테이션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강인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발렌시아가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다.

라 리가에서는 4위를 노리고 있으며, 코파 델 레이는 2007-08시즌 이후 11시즌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으며,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UEFA 유로파리그 또한 정상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 가운데 이강인 카드에 다소 소극적인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다. 라 리가에서 무승부가 많기는 해도 마냥 부진하다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발렌시아의 현 주소다. 촉망되는 유망주보다 검증된 자원을 우선적으로 쓰는 게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이강인은 곧 만 18세가 된다.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다. 많은 경기를 뛰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기를 보면서 얻을 수도 있다.

발렌시아와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강인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원정길에도 데려가 주축 선수들과 훈련시키고 있다. 출전 명단에 포함됐다는 건 이강인도 언제든지 뛸 준비가 돼 있다는 방증이다. 발렌시아는 잔류 싸움을 벌이는 하위권 팀이 아니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2월 경기 명단에 이름 올린 23명의 선수 중 가장 어리다. 그만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게 아니다. 이강인보다 한 살 많은 페란 토레스도 2경기(선발 1회)만 뛰었다.

보통 ‘메시가 아닌 이상’ 유망주를 특별 관리한다. 매 경기 뛰게 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점차 경기 출전 횟수도 늘어난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이강인이다.

스페인 현지 언론도 발렌시아 회생의 열쇠로 이강인을 꼽을 정도로 그는 발렌시아의 미래를 이끌 재목이다. 그 미래를 위해 현재의 토양을 다지고 있다. 분명한 건 발렌시아가 이강인에게 ‘보고 함께 할 경험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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