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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라모스는 ‘어둠의 마법’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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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16강 아약스 원정경기 막판

2차전 결장 각오 고의적인 파울

경고 부담 털고 8강 집중 ‘꼼수’

경향신문

세르히오 라모스(사진)의 레알 마드리드 통산 600번째 경기는 완벽했다.

수비라인을 노련하게 이끌면서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거칠게 몰아붙인 아약스의 공세를 막아냈다. 마지막 순간엔 늘 그가 있었다. 3개의 태클과 4개의 가로채기라는 수치 이상의 존재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스페인 스포츠지 마르카는 14일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선수 평가에서 라모스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꼽았다. ‘라모스가 오늘처럼 플레이를 하면 모든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제목과 함께.

후반 42분 스코어를 2-1로 만드는 아센시오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레알 마드리드는 또 하나의 힘든 미션을 완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모스에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미션이 남아 있었다. 2분 뒤 라모스는 돌파하던 아약스 공격수 카스퍼 돌베리를 손으로 낚아챘다. 누가 봐도 쓸데없는 반칙이었다. 주심이 노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만 38번째, 레알 마드리드 통산 201번째 경고는 그가 바라던 바였다.

라모스는 조별리그에서 2개의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경고로 다음 아약스와의 홈 2차전에 나설 수 없다.

라모스는 지적이고 영리하다. 아센시오의 골로 2-1로 앞서는 순간부터 라모스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느 게 이득인지 주판알을 튕겼을 것이다. 원정에서 2-1로 이길 경우 레알 마드리드는 홈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한 레알 마드리드의 저력을 감안하면 레알 마드리드가 안방에서 이변의 제물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약스보다 훨씬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8강전에 경고 부담 없이 나서려면 아약스와의 2차전에 결장하더라도 이번에 경고를 해소하는 게 낫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전략적인 경고”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라모스 역시 경기 후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고의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모스는 자신의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유럽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페어플레이 정신을 저버리고 명백히 고의적으로 경고나 퇴장을 받을 경우 2경기 출장정지 또는 일정 기간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라모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의로 경고를 받은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것처럼 보인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BT스포츠는 트위터에서 라모스를 ‘어둠의 마법의 대가’라고 불렀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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