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아내 "내 남편은 '미투'가 아니라 '불륜'"

민주원 "‘성인지 감수성 판결’ 이해할 수 없다"
김지은측 "법정서 다 나온 내용, 2차 가해"

1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는 14일 "이번 사건은 용기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며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1일 2심 재판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날 김지은씨 측은 "이미 법정에서 나 나온 내용을 갖고 ‘2차 가해’를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씨는 재판 쟁점이었던 충남 보령 소재 콘도인 ‘상화원 사건’에 대해 "두 번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 ‘수행비서의 업무를 철저히 행하고 한중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안희정씨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가해자의 부부침실 문 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는 김지은씨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2017년 8월18일 주한 중국대사 초청행사를 마치고 안씨 부부는 별채 2층 침실을 쓰고, 1층은 피해자 김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씨는 "저는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고, 김지은씨가 목을 빼고 침대에 누운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듯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 ‘지은아 왜?’라고 물으니 김씨가 당황한듯이 후다닥 방에서 달려나갔다"며 "핸드폰을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고 했다. 민씨는 "지금 생각하면 안희정씨를 깨워서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김씨의) 황당한 주장을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김씨는 "비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복도에서 잠깐 졸았을 뿐이고 침실에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대해 2심 판결문에는 ‘상화원 현장 사진에 의하면 2층 방문은 상단부분이 반투명하여 위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씨 주장을 수용했다.

민씨는 ‘당시 잠깐 졸다가 안 전 지사와 눈이 마주쳤던 것 같다’는 취지의 김씨 진술도 문제삼으면서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씨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김지은씨의 거짓말을 하나씩 밝히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지은씨 측 변호인은 이날 일부 언론에 보낸 글에서 "(민씨의 주장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공개된 1심 법정에서 이미 다 주장했던 증언"이라며 "항소심에서 신빙성에 의심이 있고 다른 객관적 사실에 뒷받침하여 배척당한 것인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렇게 2차 피해 가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민씨는 "저는 김지은씨와 안희정씨를 용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저의 가정을 파괴했기 때문"이라며 "김지은씨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안희정씨다. 가정을 가진 남자가 부도덕한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성 범죄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에서 보면 범행을 당한 전후 피해자의 행동으로 인해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고 증거에 의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측면 등을 감안해 총 10개 범죄 혐의 중 9개의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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